[ET단상] AI시대, 생각과 의심의 힘

나는 요즘 'AI어'를 생각한다. 인공지능(AI)을 잘 활용하려면 좋은 프롬프트가 필요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해보고 싶다. AI에게 무엇을 물을 것인가에 앞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내가 말하는 AI어의 핵심은 프롬프트가 아니라 '생각과 질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질문으로 만들고, AI와 주고받으며 그 생각을 더 깊고 넓게 만드는 능력. 나는 그것을 AI어라고 부르고 싶다. 물론 AI와 제대로된 답을 주고 받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판단기준, 생각과 의심이 필요하다

왜 생각과 질문일까. 거대언어모델(LLM)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주어진 맥락에서 다음에 이어질 토큰을 예측하며 답을 생성한다. 같은 AI라도 어떤 맥락에서 무엇을 질문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질문은 한순간에 생기지 않는다. 질문 앞에는 생각이 있다.

그렇다면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가. 경험은 생각의 중요한 재료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세계에는 한계가 있다. 독서는 그 한계를 넘어 다른 사람의 삶과 생각을 간접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경험이 많다고 사람을 위한 생각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불편과 필요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때 '왜?'라는 질문이 생기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우린 왜 이렇게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시작된다.

필자는 오랫동안 금융 현장에서 디지털 전환과 핀테크의 변화를 직접 경험했다. 내가 개발에 참여했던 금융인증서도 출발점만 놓고 보면 전자서명법 개정이라는 제도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바라본 변화의 본질은 조금 달랐다. 공인인증서를 PC나 USB 등에 저장하고 매년 갱신하고, 기기가 바뀔 때마다 복사해야 했던 이용자의 불편이었다.

법이 시장의 문을 열었다면, 새로운 서비스를 움직인 것은 결국 사람의 불편이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를 배웠다. 기술이 먼저였던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 무엇을 더 편리하게 해줄 것인가라는 생각과 질문이 먼저였다. 기술은 그 생각의 속도와 도달 범위를 넓혔다.

스티브 잡스도 1997년 애플 세계개발자회의에서 기술에서 출발해 시장을 찾기보다 고객 경험에서 출발해 기술로 거슬러 가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나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 사람의 불편과 필요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마음. 나는 그것을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리고 혁신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AI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AI에게 처음부터 답을 맡기는 것과 자신의 기준과생각을 가지고 질문하며 그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은 다르다. 나는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던진 질문과 맥락에서 답이 만들어지는 만큼, 혹시 내가 듣고 싶은 답을 듣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 그런가?'라고 다시 묻고, 반론을 요구하고, 새로운 연결을 찾는 것이다.

이 의심은 AI를 불신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나는 AI를 생각의 대체재가 아니라 생각의 증폭기로 바라본다. 경험하고, 읽고, 사람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그 생각을 질문으로 만들어 AI에게 던진다. 돌아온 답을 다시 생각하고 의심하며 더 좋은 질문을 만든다. 내가 말하는 AI어는 이런 과정이다.

AI가 더 똑똑해질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도 달라질 것이다. AI 사용법만 배우는 것으로 충분할까. 오히려 생각하고 질문하며 의심하는 힘이 더 중요해지는 것은 아닐까.

결국 AI 시대의 혁신도 사람의 생각과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증폭에는 원본이 필요하다. 내 생각이 없다면 AI가 내놓은 답이 정말 새로운 생각인지, 내가 기대했던 답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생각의 증폭은 결국 나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Photo Image
고재연 금융결제원 자문위원

고재연 금융결제원 자문위원 jaeyeonko@naver.com

  • 놓치면 아쉬운 정보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