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 복잡한 화학 공정 없이 '전류 펄스'만으로 자성 제어 성공

디지스트(DGIST·총장 이건우)는 홍정일 화학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전류 펄스를 이용해 페리자성체 내부의 스핀 배열을 바꾸고, 자성이 서로 상쇄되는 온도인 '보상온도'를 최대 약 110 K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합금의 조성이나 두께를 바꾸지 않고 전기 신호만으로 자성 특성을 조절한 것으로, 향후 차세대 스핀트로닉스 메모리 기술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페리자성체는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는 두 종류의 자성이 함께 존재하는 물질이다. 온도가 변하면 두 자성의 크기도 달라지며, 특정 온도에서는 서로 정확히 상쇄되는데 이를 '보상온도'라고 한다. 보상온도 부근에서는 자성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고속·고집적 메모리 소자 개발에 중요한 특성으로 꼽힌다.

Photo Image
(왼쪽부터)홍정일 DGIST 화학물리학과 교수, 최원창 박사후연수연구원, 심태보 통합과정생

기존에는 보상온도를 바꾸기 위해 합금의 조성이나 박막 두께를 조절하거나 열처리·이온 주입 등의 추가 공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소자를 만든 뒤 원하는 위치의 자성 특성을 자유롭게 바꾸기 어렵고, 공정 과정에서 물질 자체의 구조나 성분이 변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백금(Pt), 이리듐망간(IrMn₃), 코발트가돌리늄(CoGd)으로 구성된 다층 박막에 전류를 흘려 발생하는 '스핀-궤도 토크'를 활용했다. 전류에 의해 IrMn₃의 스핀 배열이 변하고, 이 변화가 인접한 CoGd의 스핀 상태에 영향을 미치면서 보상온도가 달라지는 원리다. 즉, 물질의 성분은 그대로 둔 채 내부의 스핀 배열만 전기적으로 조절해 자성 특성을 바꾼 것이다.

홍정일 교수는 “전류 펄스의 세기와 시간을 이용해 페리자성체의 보상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하는 위치에 서로 다른 자기 특성을 구현하는 차세대 스핀 메모리 기술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최원창·심태보 연구자가 공동 제1저자로, 홍정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DGIST R&D 전략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최근 재료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어드벤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에 게재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 놓치면 아쉬운 정보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