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전기장이 회전하는 우원편광 또는 좌원편광의 성질을 가질 수 있다. 이 두 빛을 구별해 서로 다른 광신호로 변환하는 소재는 미래 광학 기술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일반 유기재료에서는 좌·우 원편광에 따른 뚜렷한 비선형 광학 신호 차이를 구현하기 어려워, 관련 소재는 주로 무기물이나 유·무기 복합소재를 중심으로 개발됐다.
경희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최석원 교수 연구팀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와의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무기물이나 금속 성분에 의존하지 않고 유기재료만으로 강한 원편광 선택적 비선형 광학 반응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IF 19.9, JCR 상위 .2%)'에 9월 게재됐다.
유기재료는 큰 신호 차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기쌍극자 관련 광학 반응이 매우 약하다. 연구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액정이 스스로 규칙적인 구조를 이루는 성질을 활용해 나선형 나노필라멘트를 만들고, 이를 주형으로 미세한 3차원 키랄 나노다공성 고분자 구조체를 제작했다.
이어 구조체 안에 분자들이 자발적으로 같은 방향의 전기적 분극을 형성하는 강유전성 네마틱 액정을 채워, 구조적 키랄성과 강유전 분극이 나노 공간에서 결합된 유기 복합 소재를 완성했다.
이 소재에 파장 800nm의 원편광 레이저를 조사한 결과, 빛의 회전 방향에 따라 400nm 파장에서 발생하는 제2고조파 신호의 세기가 뚜렷하게 달라졌다. 나노구조의 뒤틀린 방향이 반대인 영역에서는 신호가 강해지는 원편광 방향도 반대로 나타났다.
반면 나노구조 없이 강유전성 액정만 사용했을 때는 유의미한 신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나노 공간에서 키랄성과 강유전 분극이 결합하면서 자기쌍극자 연관 광학 반응이 활성화되고, 기존 전기쌍극자 반응과의 간섭을 통해 좌·우 원편광에 따른 신호 차이가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이재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유기재료만으로 강한 원편광 선택적 비선형 광학 반응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 설계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향후 원편광 감지, 키랄 이미징, 편광 선택적 파장 변환 등 차세대 광학·광정보 기술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점연구소사업과 세종과학펠로우십사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의 디스플레이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조호현 기자 hoh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