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증권이 9년간의 도전 끝에 발행어음 시장 진출을 눈앞에 뒀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안은 지난 4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데 이어 오는 9일 금융위 최종 의결을 앞두고 있다. 인가안이 통과되면 삼성증권은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에 이어 국내 여덟 번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된다. 2017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된 지 약 9년 만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금융상품이다. 고객에게 약정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고, 조달한 자금은 기업대출·회사채·인수금융 등 기업금융 자산에 운용한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발행할 수 있다.
삼성증권의 올해 2분기 말 자기자본은 8조6560억원이다. 자기자본 대비 발행어음으로 최대 17조원 안팎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삼성증권의 가장 큰 경쟁력은 탄탄한 자산관리(WM) 고객 기반이다. 2분기 말 리테일 고객자산은 652조4000억원, 고액자산가 고객은 57만2000명에 달한다. 기존 고객자산 가운데 일부만 발행어음으로 이동해도 비교적 빠르게 수조원대 잔액을 확보할 수 있다. 초고액자산가 전문 브랜드인 SNI와 지점·모바일 채널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앞서 발행어음 시장에 진입한 후발주자들은 특판금리를 앞세워 빠르게 외형을 키웠다. 지난해 12월 첫 상품을 출시한 키움증권은 3000억원의 판매 목표를 일주일 만에 달성했다. 하나증권도 올해 1월 내놓은 3000억원 규모의 첫 상품을 조기에 소진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월 최고 연 4%의 특판 상품을 내놓으며 경쟁에 가세했다.
후발 3사의 발행어음 잔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잔액은 올해 3월 말 1조1730억원에서 6월 말 1조8160억원으로 54.8% 늘었다. 같은 기간 하나증권은 6833억원에서 9993억원으로 46.2%, 신한투자증권은 1985억원에서 2899억원으로 46.0% 증가했다.
삼성증권도 초기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고금리 특판 상품을 내놓을 경우 발행어음 수신 경쟁이 다시 거세질 수 있다. 현재 주요 증권사의 1년 약정형 발행어음 금리는 연 3% 후반, 일부 특판 상품은 연 4%를 웃돈다. 삼성증권의 진입에 대응해 기존 사업자들이 금리를 올리면 은행 예·적금과의 자금 유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발행어음 시장이 무조건적인 외형 확대 국면에 있는 것은 아니다. 금리 상승으로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비용이 커지면서 기존 대형 사업자 일부는 오히려 조달 규모를 줄이고 있다. KB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3월 말 11조4573억원에서 6월 말 11조32억원으로 4.0% 감소했다. NH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9조1738억원에서 8조7752억원으로 4.3% 줄었다.
삼성증권의 초기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높은 특판금리를 앞세워 발행 잔액을 빠르게 늘릴 수도 있지만, 기존 WM 고객과 법인자금을 활용해 조달비용을 관리하면서 운용자산 확보 수준에 맞춰 발행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첫 상품의 출시 시점과 규모, 금리 수준과 자금 운용처에 따라 발행어음 시장의 경쟁 구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대규모 WM 고객 기반을 갖추고 있어 발행어음 판매 여력이 충분하다”며 “초기 상품은 고금리 특판 상품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