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미디어 산업이 거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동영상서비스(OTT)의 급성장과 모바일 중심 소비 확산으로 방송과 유통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TV홈쇼핑 산업도 이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홈쇼핑 산업의 재도약은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가 됐다.
TV홈쇼핑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채널이 아니다. 우수한 중소기업의 판로를 개척하고, 소비자에게 검증된 상품을 소개하며, 유료방송 산업의 핵심 재원을 담당하는 방송·유통 융합산업이다.
그러나 모바일 플랫폼과 라이브커머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 커머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TV홈쇼핑은 과거의 제도와 규제 틀 안에서 이들과 경쟁해야 했다. 매년 늘어나는 송출수수료 부담까지 겹치면서 업계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내놓은 '홈쇼핑 상생·활력 제고 방안'은 침체한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중소기업 상품 편성제도 개선, 정액수수료 방송 규제 합리화, 재승인 이행점검 간소화, 데이터홈쇼핑 관련 제도 개선, 송출수수료 협상 기반 마련 등은 변화한 시장 환경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진지한 노력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번 방안은 방송·미디어 산업 생태계 전체의 균형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한 결과라는 데 의미가 크다. 업계는 이러한 정책적 고민과 노력에 깊이 감사하며, 이번 제도 개선이 현장에서 체감되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7월 열린 '홈쇼핑 상생협력 공동선언식'도 상징성과 실질적 의미를 함께 지닌 자리였다. 규제와 진흥을 대립 개념이 아닌 상생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정부와 업계가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뜻깊은 계기였다.
물론 이번 제도 개선으로 모든 과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 막 첫 단추를 끼운 단계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의 객관성과 투명성 제고, 유료방송 가입자 산정 방식의 현실화, 장기화하는 협상 구조 개선, 대가검증협의체의 실효성 강화는 반드시 후속 논의가 이어져야 할 핵심 과제다.
TV홈쇼핑은 이커머스 등 다양한 플랫폼과 같은 소비시장에서 경쟁하면서도, 방송사업자로서 훨씬 많은 공적 규제와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와 공정거래를 위한 규제는 당연히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변화된 환경과 맞지 않는 규제까지 그대로 두는 것은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사전 규제 중심에서 자율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가 중소기업 지원을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는 TV홈쇼핑 산업의 역할과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시각이다. 홈쇼핑 업계는 지난 30여년간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했다. 최근에는 각 회원사가 중소 협력사의 디지털 전환과 해외시장 진출까지 지원하며 상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협회도 회원사들과 함께 중소기업이 더 큰 시장으로 도약하도록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은 홈쇼핑 산업의 존재 이유이자, 지속가능한 성장의 가장 튼튼한 기반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업계의 자발적인 혁신은 따로 갈 때보다 함께할 때 훨씬 큰 힘을 발휘한다. 변화한 시장 환경에 맞는 합리적인 제도가 꾸준히 뒷받침될 때 홈쇼핑 산업은 다시 활력을 되찾을 것이며, 중소기업과 유료방송, 소비자가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생태계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상생은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부와 업계, 중소기업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꾸준히 걸어갈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이번 정책과 공동선언이 그 여정의 출발점이자, 홈쇼핑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임광기 한국TV홈쇼핑협회 회장 limkg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