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실향민 위한 간장으로 출발
연두 해외매출 연평균 30% 성장
“전통 장류서 글로벌 맞춤 제품으로”
샘표가 20일 창립 80주년을 맞는다. 1946년 간장통 10개로 시작한 회사가 80여개국에 한국 장(醬)을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궤적은, K푸드 열풍이 단기간에 만들어진 현상이 아니라 해방 직후부터 축적된 결과임을 보여준다.

출발점은 실향민의 밥상이었다. 함경남도 출신인 고(故) 박규회 창업주는 “내 가족이 먹지 못하는 것은 절대 만들지도 팔지도 않는다”는 신념으로 간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20석(3.6㎘)들이 간장통 10개로 시작한 생산 규모는 현재 연간 9만㎘까지 늘었다.
1954년 특허청에 등록한 '샘표'(등록번호 제362호)는 앞서 등록된 상표가 모두 사라지면서 현존하는 국내 상표 중 가장 오래된 상표가 됐다. 해외 시장에서 업력이 브랜드 신뢰도를 가르는 지표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K푸드 브랜드 자산으로도 평가된다.
수출은 1959년 홍콩에서 시작됐다. 품질 기준이 엄격한 미군에 납품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수출 요청을 받았고, 규모는 1만달러였다. 원조를 받던 시기에 나온 수출 소식이라 '대한늬우스'에 보도될 정도였다.
현재는 미국·독일·네덜란드 등 80여개국에 전통 장류와 글로벌 장 '연두', '김치앳홈' 등을 공급한다. 연두 해외 매출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30% 성장했고 고추장도 같은 기간 연평균 20% 이상 늘었다. 오는 10월에는 이탈리아 메인스트림 유통망 코나드(Conad)에 입점한다.
국내 식품 산업의 마케팅·유통 방식도 샘표를 거치며 바뀌었다. 1961년 선보인 업계 최초 CM송 “보고는 몰라요, 들어서도 몰라요”는 각종 대회 응원가로 쓰일 만큼 인기를 끌었고, 1966년 출시한 '샘표 진간장'은 시판 간장을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굳었다.
1980년에는 식품업계 처음으로 PET 용기를 도입했다. 1985년 불량 간장 파동 때 박승복 당시 사장이 TV 광고에 직접 나와 “샘표는 안전합니다. 주부들의 공장 견학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한 것은 식품업계 리스크 관리 사례로 거론된다.
연구개발(R&D) 투자도 이어졌다. 샘표는 1955년 업계 최초 장류 전문 연구실을 연 데 이어 2013년 국내 첫 발효전문연구소 '우리발효연구중심'을 설립했다. 전국에서 수집한 미생물 3000여종과 관련 특허 90여건을 확보했다. 밀 없이 콩으로만 발효한 '맑은조선간장', 순식물성 콩 발효 에센스 '연두', 대두 알레르기를 피한 '완두간장'이 이 과정에서 나왔다.
2010년에는 스페인 요리과학연구소 알리시아와 함께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레시피 150여종을 개발하며 유럽 식문화에 장을 접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샘표에 따르면 회사는 매년 매출 5% 안팎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샘표는 올해 80주년을 기념해 신제품도 출시했다. 프리미엄 양조간장 '양조간장 801'로, 1989년 501과 1994년 701에 이어 32년 만에 선보이는 양조간장이다. 아미노산이 3개 이하로 결합된 저분자 펩타이드를 늘려 여운이 오래 남는 풍미를 구현했다.
이천공장 외벽 약 1만7000㎡를 공공미술 작품으로 바꾸는 '아트팩토리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고근호·추미림 작가와 디자인 스튜디오 DDBBMM이 1년간 작업했다.
이윤아 샘표 홍보 이사는 “80년간 쌓아온 발효 기술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식문화에 발맞추며 우리맛의 가치를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 여러분의 사랑과 신뢰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우리맛으로 매일의 식탁을 더 맛있고 즐겁게 만들며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윤소진 기자 soj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