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온라인여행사(OTA) 트립닷컴이 국내 이용자와 분쟁 발생 시 싱가포르 법률·법원을 따르도록 한 이용약관을 고쳤다. 국내에서 대규모로 영업하면서도 소비자 분쟁에 해외 법체계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트립닷컴은 29일부터 개정 이용약관을 시행했다. 핵심은 제12조 '분쟁 발생 시 적용되는 국가 법률'이다. 개정 약관은 트립닷컴과 이용자 간 약관 및 이에 따른 분쟁·소송에 한국 법령을 적용하고, 관련 분쟁은 대한민국 민사소송법 절차에 따르도록 명시했다.

업계는 준거법과 관할 법원을 해외로 둔 기존 트립닷컴 약관이 국내 소비자의 권리구제를 어렵게 한다고 지적해 왔다. 해외 OTA 영향력이 커지면서 약관 정비 필요성도 높아졌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주요 글로벌 OTA 5곳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4220건이었다. 아고다가 2352건, 트립닷컴이 1351건으로 두 업체가 전체의 약 90%를 차지했다.
트립닷컴 관계자는 이용약관 개정에 대해 “한국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와 이용약관이 국내 법률 및 제도에 보다 명확하게 부합하도록 관련 내용을 정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립닷컴의 약관 개정이 다른 해외 OTA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아고다와 부킹닷컴 등은 여전히 준거법과 관할 법원을 해외로 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소비자의 정당한 분쟁 해결을 어렵게 하는 약관을 '불공정약관'으로 판단한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에서 영업하는 기업이라면 한국 소비자 보호 기준을 따르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OTA와 같이 예약·취소·환불처럼 소비자 분쟁이 가장 많은 영역이 해외 관할로 넘어가는 구조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립닷컴 약관에 남아 있는 중개 책임 면제 조항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트립닷컴은 이용약관 제10조에서 공급업체나 이용자가 제공한 정보의 부정확성·불완전성으로 발생한 손실이나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정위는 4월 놀유니버스의 유사 조항에 대해 서비스에 게재된 정보의 신뢰도·정확성 등을 보증하지 않고 이로 인한 손해 책임까지 일률적으로 면제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해 시정하도록 했다.
업계는 트립닷컴 조항 역시 사업자 책임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제한하는지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트립닷컴의 이용약관을 확인한 뒤, 시정조치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