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AI와 로봇산업하기 좋은 경기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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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훈 경기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회 의원.

2002년 취임한 손학규 경기지사는 '기업하기 좋은 경기도'를 내걸었다. 그 문장은 2004년 판교 IT밸리 사업 인가와 2006년 착공으로 이어졌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판교테크노밸리에는 1780개 기업과 8만3000여명의 임직원이 일한다. 도시의 운명은 한 세대 앞을 내다본 선언과 이를 끝까지 실행하는 힘에서 갈린다.

싱가포르는 그 원리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1965년 독립 당시 싱가포르는 마실 물조차 이웃 나라에서 사와야 했다. 리콴유 총리는 없는 것을 한탄하기보다 자신의 조건을 정확히 계산했다. 그 조건은 말라카 해협의 길목이라는 위치였다. 그는 늪지였던 주롱을 산업단지로 만들고, 항만을 환적 허브로 키웠다. 영어를 기업의 언어로 삼고 경제개발청(EDB)에 외국 기업 유치 권한을 집중했다.

이제 경기도가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경기도에는 반도체·자동차·부품장비 제조업,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 소프트웨어(SW)와 벤처캐피털이 모인 판교, 대학과 병원, 물류 거점이 있다. 인공지능(AI)이 로봇의 몸을 얻는 '피지컬 AI' 시대에 알고리즘과 제조 현장이 가까운 지역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로봇은 SW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감속기와 모터, 센서와 정밀가공을 감당할 제조 기반, 실제로 투입될 현장이 함께 있어야 한다. 경기도는 이 둘을 모두 가진 몇 안 되는 지역이다. 문제는 이 조건을 아직 하나의 전략으로 꿰지 못했다는 점이다.

첫째, 흩어진 거점을 하나의 '경기 AI·로봇 특구'로 묶어야 한다. 판교는 SW와 투자, 광교는 바이오·의료 데이터, 성남하이테크밸리와 부천·시흥은 로봇 부품과 제조로 역할을 나누되 기업이 마주하는 창구는 하나여야 한다. 경기도와 31개 시·군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유치 경쟁보다 역할 분담과 성과 공유의 틀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둘째, GPU 클라우드와 로봇 실증 설비를 결합한 '패키지'를 공급해야 한다. 로봇 기업에는 연산 자원뿐 아니라 시뮬레이션 인프라, 실증 공간, 안전인증 설비가 필요하다. 도가 공동 시험·인증센터를 갖추고 컴퓨팅 자원, 초기 자금, 실증 공간, 투자 연결을 묶어 제공해야 한다.

셋째, 경기도와 31개 시·군이 공동 운영하는 '경기도 AI 데이터센터'를 세워야 한다. 시·군별로 서버와 전산 자원을 확충하는 방식은 예산 중복을 낳는다. 데이터센터는 창업기업과 대학, 연구소에 저렴한 컴퓨팅 자원을 공급하고, 교통·안전·복지·상하수도 등 행정 데이터를 표준화해야 한다. 제조 현장의 작업 데이터와 로봇 학습용 시뮬레이션 자원도 축적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전담 기구인 '경기인공지능원'을 신설해야 한다. AI 분야는 6개월 단위로 기술 흐름이 바뀌지만 행정은 한 해 예산을 짜는 데도 긴 시간이 걸린다. 경기인공지능원은 도의 AI·로봇 정책 싱크탱크이자 데이터센터와 시험·인증 설비의 운영 주체가 돼야 한다. 인재 양성,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 중개, 숙련 기술의 데이터화도 맡아야 한다.

다섯째, 도의회가 'AI·로봇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현재 경기도의 관련 사업은 여러 실국에 흩어져 있다. 특별위원회는 사업을 전수 점검해 중복과 공백을 가려내고,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이 배분되도록 해야 한다. 자율주행 실증 구간 지정, 배달로봇 보도 통행 등 지방정부 권한으로 풀 수 있는 규제도 조례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경기도 전역을 실증 무대로 개방해야 한다. AI와 로봇의 완성도는 현장의 데이터가 결정한다. 경기도는 공장과 물류센터, 병원과 학교, 공공청사를 두루 갖춘 '축소판 대한민국'이다. 도청과 시청의 안내 로봇, 도립의료원의 이송 로봇, 공공 물류 자동화 등부터 적용할 수 있다.

판교는 '기업하기 좋은 경기도'라는 한 문장에서 시작됐다. 이제 그 문장을 다시 쓸 때다. AI·로봇산업 하기 좋은 경기도. 20년 뒤 경기도의 산업 지도를 바꿀 문장이다.

전석훈 경기도의원(미래과학협력위원회 위원) jwj345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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