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 김준범 서울과기대 교수 “투수블록 1등급 의무화해야…그린 인프라 재설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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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투수블록의 성능 저하가 확인됐다고 정책 자체를 실패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저품질 제품을 걸러내고 시공부터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을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김준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최근 서울 시내 투수블록 성능 논란과 관련해 이같이 강조했다. 투수블록 자체보다 제품 등급과 현장 품질검증, 사후관리 체계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성능 지속성이 검증된 1등급 제품 사용을 의무화하고 현장 시험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서울 시내 투수블록 설치 구간 30곳을 조사한 결과, 설치 1년도 채 되지 않아 전체의 3분의 2가량이 투수 성능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교수는 “일부 현장의 문제를 이유로 투수블록을 무용지물로 규정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선을 그었다. 투수블록은 빗물을 블록의 공극과 하부 기층을 통해 땅으로 스며들게 해 하수관로에 집중되는 빗물을 분산하고 침수 위험을 낮추는 도시 '그린 인프라'라는 설명이다. 지하수 보충과 도심 열섬 완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서울시는 2012년 미세입자로 공극을 인위적으로 막은 뒤 투수계수를 측정하는 '투수성능 지속성 검증시험'을 자체 개발해 도입하는 등 품질 기준을 강화해왔다.

김 교수는 최근 성능 논란의 원인으로 제품 등급과 현장 품질관리 문제를 꼽았다. 서울연구원 장기 추적조사에 따르면 보도용 3등급 투수블록은 평균 3.2년 만에 관리 기준인 투수계수 0.1㎜/sec 수준까지 성능이 떨어졌다. 반면 1등급 제품은 5.1년이 지나도 양호한 성능을 유지했다. 차도용 1등급 제품은 17년이 지나서야 기준치 아래로 떨어졌다.

서울시는 지난해까지 3등급 이상 제품을 허용했지만 올해 2등급 이상으로 기준을 높였고, 2027년부터는 1등급 제품만 사용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1등급 제품은 성능 지속성이 월등하면서 등급 간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며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하면 1등급 제품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검증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험성적서상 성능과 실제 납품 제품의 성능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의무화한 현장 투수성능 측정시험(K-SWIFT)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현장 시험 결과를 정확하게 공개해 기준에 미달하는 이른바 '가짜 투수블록' 납품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치 이후 유지관리도 핵심이다. 서울연구원 시범사업에서는 전문 공극회복장비를 투입했을 때 투수 성능 회복률이 최대 59.3%에 달했다.

김 교수는 “투수블록을 설치하고 끝나는 시설로 봐서는 안 된다”며 “전문장비를 활용해 정기적으로 성능을 측정하고 청소하는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폭염과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기후위기 시대에는 빗물을 단순히 빠르게 배출하는 것을 넘어 저장하고 땅으로 스며들게 하는 도시 물순환 체계가 필요하다”며 “이번 논란을 정책 실패로 치부하기보다 1등급 제품 사용과 현장 성능검증, 체계적 유지관리를 통해 그린 인프라를 재설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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