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전력망 건설을 둘러싼 지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신규 송전철탑을 최대 40% 줄이고 민가 밀집지역 지중화를 확대하는 대책을 내놨다. 주민들이 반발해온 입지선정 절차는 투명성을 높이고, 피해지역 지원과 주민 이익공유도 강화하는 등 전력망 건설 패러다임을 '주민 수용성'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5일 서울 여의도 전력기반센터에서 김성환 장관 주재로 전력망 건설 반대 지역 주민대표와 제3차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력망 건설 주민 수용성 제고 방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실무위원회를 통해 최종 대책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은 첨단산업 육성과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국가 전력망을 차질 없이 확충하되, 주민 갈등을 줄일 수 있도록 전력망 자체를 효율화하고 입지선정과 보상체계를 전면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정부는 기존의 '비수도권 발전-수도권 소비' 중심의 장거리 송전 체계에서 벗어나 '지산지소형 전력시스템'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로봇 등 대규모 전력수요 시설을 발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분산 배치해 신규 송전망 수요를 최소화하고, 호남에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보급해 남는 태양광 전력을 저장·활용하는 방식으로 송전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또 지역별 전기요금제와 전력계통영향평가 등을 통해 수도권 전력 집중을 완화하고 수도권의 재생에너지 보급도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이미 추진 중인 국가기간 전력망은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계속 추진하되 주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신설 송전철탑 최소화다.
정부는 기존 송전선로와 신설 노선을 통합하거나 신설 노선끼리 병합하는 방식을 우선 검토하도록 제도화한다. 이를 적용하면 현재 계획된 2169㎞, 철탑 4723기 규모의 사업을 최대 1200㎞, 2509기로 줄여 철탑 수를 약 40% 감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후보 경과지 가운데 민가 밀집지역은 지중화를 확대하고, 일정 규모 이상 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은 지중화를 우선 추진하는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 제도에 반영하기로 했다.
주민 반발이 집중됐던 입지선정 절차도 대폭 손질한다.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공청회와 전문가 토론회를 통해 계획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입지선정 초기 단계부터 주민설명회를 실시한다. 입지선정위원회는 주민 참관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회의자료도 공개하는 등 운영의 투명성을 높인다. 또 원칙적으로 후보 경과대역을 2개 이상 제시해 주민이 대안 노선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고, 권역별 주민협의체를 운영해 지역 주민이 노선 검토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해 입지선정위원회 관련 고시를 다음달까지 전면 개정할 예정이다.
보상과 지원도 실질적인 주민 체감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정부는 송전선로가 지나는 지방자치단체에 지급되는 지원금이 실제 피해지역에 우선 사용되도록 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송전선 주변 마을에는 공동 태양광을 활용한 '햇빛소득마을' 조성을 지원하고, 주민이 송전망 사업에 투자하면 일정 수준의 고정금리를 지급하는 '계통소득' 모델도 내년 상반기 도입을 검토한다. 아울러 송전선 주변지역 지원사업비를 물가상승률과 연동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에너지 대전환과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전력망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신설 철탑 최소화, 투명한 입지선정, 충분한 보상과 지원을 원칙으로 전력망 건설 과정에서 주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