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보상, 피해·사기계좌 금융사가 절반씩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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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보상액을 피해자 계좌와 사기이용계좌를 관리한 금융회사가 절반씩 부담하도록 한다. 금융회사가 피해자의 과실을 이유로 보상책임을 면하려면 과실 여부를 직접 입증해야 한다. 보상 한도는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내에서 정해진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는 이 같은 내용의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상 대상은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를 본 개인이다.

보상은 피해자 계좌를 관리하는 금융회사와 범죄에 이용된 사기계좌를 관리하는 금융회사가 50대50으로 분담한다. 피해자가 거래한 금융회사뿐 아니라 사기이용계좌가 개설·관리된 금융회사에도 공동 책임을 부과하는 구조다.

보상 한도는 법률에 단일 금액을 명시하지 않고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내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정한다. 금융회사별 구체적인 보상 절차와 산정 방식은 법률 개정과 하위 규정 마련 과정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금융회사가 보상책임을 면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한다. 이용자의 과실이나 범죄 가담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금융회사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충분히 알렸는데도 이용자가 송금을 강행한 경우 등이 금융위가 제시한 면책 사례다.

다만 면책 사유와 피해자의 과실 여부에 대한 증명책임은 금융회사가 부담한다. 금융회사가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책임을 피하려면 과실이 있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 피해자가 금융회사의 책임을 입증해야 했던 기존 분쟁 구조와 달리 피해구제에 무게를 둔 조치다.

허위 보상 신청을 막기 위한 장치도 함께 도입한다. 피해 사실을 거짓으로 꾸며 보상을 신청하면 형사처벌하고, 금융회사가 허위 신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경찰과 금융감독원에 관련 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금융회사에는 보이스피싱 예방·대응을 위한 인력과 전산설비를 갖추도록 의무를 부과한다. 금감원의 금융회사별 보이스피싱 대응 역량 평가체계도 강화한다. 금융회사에 피해 보상책임을 부과하는 동시에 이상거래 탐지와 사기계좌 차단 능력을 높이도록 유도하려는 조치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구제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지급정지와 거래제한 등 금융권에 부여된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법률로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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