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데이터로 달리는 자율주행, 광주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다

Photo Image
박선영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장

자율주행 기술의 세계적 흐름이 바뀌고 있다. 사람이 만든 규칙대로 움직이던 기존 방식에서, 인공지능(AI)이 주행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사람처럼 판단해 운전하는 엔드투엔드(E2E)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쉽게 말해 이제 자율주행차는 '공부한 만큼' 똑똑해진다는 의미로 좋은 데이터를 다양하게 경험할수록 더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은 산업계가, 중국은 정부가 앞장서 이 경쟁을 이끄는 가운데 뒤늦게 출발한 우리에게 이 패러다임 전환은 판을 새로 짜고 앞선 주자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반전의 승부처다.

정부도 이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 4월 약 500㎢ 면적의 광주광역시 전역에 차량 200대를 투입하는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에 착수했고, 5월에는 자율주행 기술기업과 자동차제작사·플랫폼사·보험사 등이 함께하는 '대한민국 자율주행팀'을 출범시켜 민관 원팀 체계를 갖추었다. 6월에는 개인정보가 담긴 원본영상을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전면 완화했고, 7월에는 유상화물운송 허가를 받은 자율주행 트럭이 국내 최초로 운임을 받고 화물을 운송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적절하다'고 평가할 만하다. E2E 시대의 연료는 데이터인데, 규제 완화로 데이터가 막힘없이 흐를 길을 열었고 실증도시라는 데이터를 모을 그릇까지 마련했기 때문이다. 기업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데이터 수집의 진입 장벽을 정부와 민간이 원팀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점도 값지다.

정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연내 광주에 실증차량 200대를 모두 투입하고 2027년에는 교통이 불편한 지역과 시간대에 자율주행으로 운행하는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을 도입해 주행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을 계획이다. 나아가 대규모의 다양한 데이터 확보를 위해 자율주행 실증도시에 투입되는 차량 대수와 실증도시의 수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은 전담기관으로서 이 여정의 최일선을 지켜왔다. 세계적 수준의 자율주행 테스트베드인 K-City를 구축·운영하며 기업들의 기술개발을 도왔고, 임시운행 허가와 안전성 확인을 통해 자율주행차가 안심하고 도로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광주 실증에서도 차량 운행 관리와 데이터 수집 체계를 총괄하며 안전과 혁신 사이의 균형을 잡는 조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국민이 믿지 못하면 도로 위를 달릴 수 없기에 이러한 안전 검증 체계는 자율주행 상용화를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속도와 확장이다. 한 도시에서만 배운 AI는 폭설 내린 산길이나 안개 낀 해안도로 앞에서는 낯설어한다. AI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돌발상황 앞에서 판단이 흔들릴 수 있기에, 자율주행의 안전은 데이터의 양보다 다양성에서 나온다.

복잡한 도심 골목과 굽이진 해안도로, 폭설이 잦은 산악지형 등 도시마다 주행환경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실증도시를 서둘러 늘려 AI가 전국의 서로 다른 도로와 날씨를 경험하게 하고, 여객 운송을 넘어 청소·순찰·물류 같은 생활 속 서비스에도 기술을 과감히 적용해 데이터의 폭을 넓혀야 한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다. 광주에서 시작된 도전을 전국의 안전으로 확장할 때, 대한민국은 자율주행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박선영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장 psy@kotsa.or.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