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공학회·한국팹리스산업협회·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인공지능반도체포럼은 지난 15일 부산에서 열린 반도체공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한국의 반도체산업 발전 전략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고 밝혔다.
반도체공학회가 주관한 이번 포럼은 'AI 반도체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풀스택 생태계 전략'을 주제로, 국산 AI 반도체가 연구개발과 시제품 제작을 넘어 양산과 시장 진입으로 이어지기 위한 정책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AI 반도체산업을 개별 칩 연산성능 경쟁으로만 접근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기획·설계부터 설계자산(IP)과 파운드리, 시스템 소프트웨어, 실증, 첫 구매, 양산까지 전 과정이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내 지원 체계는 부처·사업별로 나눠져 기업이 다음 성장 단계로 이동할 때마다 지원 단절을 겪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포럼은 국내 AI 반도체 사업화의 구조적 병목으로 △검증의 계곡 △풀스택 소프트웨어 부재 △IP·EDA 종속 △첫 고객 부재 △분산 지원 △팹리스 영세성 등을 지목했다. 이들 병목은 연쇄적으로 작동, 개별 사업을 확대하는 방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김용석 가천대 교수는 핵심 병목으로 시스템 소프트웨어 역량 부족을 꼽았다. 국내 팹리스가 칩 설계와 시제품 구현에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드라이버와 컴파일러, 런타임을 완성하지 못해 데모 단계에서 양산으로 넘어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연구개발과 사업화의 단절을 지적했다. TRL 4~5 수준의 기술(실험실에서 성능이 확인된 기술)이 장기 신뢰성 검증과 고객사 적용시험, 양산 준비를 거치는 과정에서 담당 주체와 후속 지원이 사라지는 '검증의 계곡'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호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이 제시한 기업 사례에 따르면 4나노미터(㎚)급 시스템온칩을 양산 단계까지 개발하는 데 필요한 비반복개발비는 약 1000억~1250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IP 라이선스 비용이 400억~500억 원으로 약 40%를 차지해 인건비나 파운드리·마스크 비용보다 컸다. 국산 IP는 실리콘 검증과 양산 실적이 부족해 팹리스가 채택을 꺼리고, 채택 실적이 없어 다시 검증과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에 놓여 있다.
국산 칩을 처음 구매하고 장기간 운용해 줄 '첫 고객'의 부재도 핵심 병목으로 지목됐다. 기존 공공 실증이 소량 구매와 단기 운용에 그쳐 소프트웨어 최적화와 운영 데이터 축적, 재구매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포럼은 정책의 무게중심을 '칩 개발'에서 '풀스택 제품 완성'으로, '소규모 분산 지원'에서 '단계별 선택과 집중'으로, 'R&D 성과'에서 '첫 구매·양산·수익성'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했다.
최기영 반도체공학회 회장은 “AI 대전환으로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에 기회가 다시 열렸는데,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이번에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며 “AI 반도체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의 역량이 맞물려야 완성되는 분야인 만큼, 팹리스, 메모리 기업, 파운드리 등이 각자의 영역에 머물지 말고 산업 전반이 힘을 모아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