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 대도약, 지금이 골든타임]〈2〉제작비 세액공제 2.3조원 경제효과... 국회 논의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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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사가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빛낸 게임스컴 2025 전시 현장

게임산업은 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대표 K컬처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다른 콘텐츠 분야와 달리 세제 체계에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영화·드라마 등 영상콘텐츠에 이어 올해부터 웹툰까지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됐지만 게임은 여러 차례 입법이 추진되고도 번번이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반기 국회에서는 게임 제작비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다시 논의된다. 게임산업을 매출 30조원이 넘는 국가 전략산업이자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려면, 투자 확대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K콘텐츠 대표 산업 성장했지만…제작비 지원은 '공백'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년 콘텐츠산업조사(2024년 기준)'에 따르면 게임 수출은 85억347만달러(약 13조1424억원)로, 전체 콘텐츠 수출의 60.4%를 차지했다. 한류의 중심에 서서 K콘텐츠 해외 경쟁력을 이끄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다만, 게임업계 현장에선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 시장 경쟁 심화 등으로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된다. 주가지수 붐 속에 게임업계만 주가가 정체되거나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는 재투자와 콘텐츠 경쟁력 강화라는 선순환을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제도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현행 콘텐츠 분야 세제는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임을 제외한 영상콘텐츠를 중심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는 2017년 영화·드라마 등을 대상으로 도입된 이후 적용 범위가 확대됐고 올해부터는 웹툰과 디지털만화 제작비도 공제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게임은 지금까지 한 차례도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업계는 이를 대표적인 '제도 공백'으로 꼽는다. 게임 개발은 대규모 인력과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대표적인 고위험 산업임에도 콘텐츠 장르 가운데 유일하게 제작비 세제 지원에서 소외돼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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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 콘텐츠 제작비 기준선 전망(출처:콘텐츠진흥원 게임산업 조세지원제도 개선연구)

특히 최근 게임 개발 환경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용 부담이 커졌다. 차세대 게임은 인공지능(AI) 기술 도입과 고품질 그래픽, 대규모 오픈월드 구현 등으로 개발 기간이 4~6년까지 길어지고 프로젝트당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여기에 글로벌 마케팅 비용과 라이브 서비스 운영 비용까지 더하면 개발사의 투자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신규 프로젝트 하나에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시대가 됐지만 세제는 여전히 과거 산업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지하려면 제작 단계에서 투자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액공제 통한 인력과 IP 재투자로 K게임 경쟁력 강화해야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도입 논의는 꾸준히 이뤄져 왔다. 21대 국회에서는 이용 전 의원과 이병훈 전 의원이 각각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지난해에는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게임과 음악 등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모두 국회 심사 과정에서 최종 반영되지 못했다. 지난해 세법 개정 당시에도 게임을 포함한 문화콘텐츠 전반으로 제작비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최종적으로는 웹툰만 공제 대상에 포함됐다.

올해 들어 여야가 다시 입법에 나섰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게임과 음악을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 다시 대표 발의했다. 영상콘텐츠 중심의 세액공제 제도를 문화콘텐츠 전반으로 확대해 게임과 음악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국회와 정부의 세액공제 논의를 가로막았던 가장 큰 논리 장벽은 연구개발(R&D) 세액공제와의 중복 논란이다. 일각에선 게임업계가 이미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만큼 별도 제작비 지원까지 도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두 제도의 목적부터 다르다고 반박한다. R&D 세액공제는 기업의 기술·연구 역량을 높이는 제도인 반면, 제작비 세액공제는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와 제작비 부담을 줄여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는 것이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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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제작비 공제와 R&D 공제 차이

게임은 기획과 시나리오, 아트, 캐릭터 디자인, 프로그래밍, 사운드 등 대부분 비용이 인력 중심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외주 인건비와 제작 과정 상당수가 연구개발비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연구소 설치나 전담인력 운영 등 제도 활용 요건도 중소 개발사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 업계에서는 현행 R&D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게임기업 비중이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한다. 세액공제 제도가 존재한다고 해서 제작비 지원까지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제조업처럼 공장을 짓는 산업이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하는 산업”이라며 “결국 제작비 세액공제는 기업 지원이 아니라 개발 인력과 새로운 지식재산(IP)에 대한 투자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는 게임 투자 확대 경쟁…한국도 '전략산업' 육성 필요

해외 주요국은 이미 게임을 문화콘텐츠이자 미래 성장산업으로 보고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은 일정한 문화적 기준을 충족하는 게임에 제작비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도 게임 개발비 일부를 지원한다. 캐나다는 주정부별로 게임 제작 인건비를 중심으로 한 세액공제를 운영하고 있고 미국 일부 주 역시 게임 개발사 유치를 위한 세제 혜택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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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요국 게임산업 세제 지원 사례

이들 국가는 게임을 영화나 방송과 별개의 산업으로 구분하기보다 국가 문화산업과 디지털 콘텐츠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바라본다. 제작 과정의 높은 위험성을 국가가 일정 부분 분담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채종성 법무법인 율촌 조세대응팀장(세무사)은 “문화콘텐츠 육성정책은 개별 장르가 아니라 IP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소설과 웹툰이 영화와 드라마, 게임, 음악, 공연으로 확장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만큼 장르별로 지원 수준을 달리하는 현재 제도는 콘텐츠 생태계 전체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제작비 세액공제를 단순한 세금 감면이 아니라 콘텐츠 IP에 대한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게임과 영화, 드라마, 웹툰이 하나의 IP 생태계 안에서 서로 확장되는 만큼 특정 장르만 지원하는 현재 제도는 산업 간 시너지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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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도입 시 향후 5년간 파급 효과

한국콘텐츠진흥원연구에 따르면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와 같은 수준으로 게임 분야 중소기업 15%, 중견기업 10%, 대기업 5%의 공제율을 적용할 경우 향후 5년간 약 1조6000억원의 추가 제작비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 유발액은 약 1조5000억원, 생산유발액은 2조3000억원, 취업자 수는 1만6000명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발 인력 채용 확대와 산업 생태계 활성화 등 경제적 파급효과 역시 세수 감소 규모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제작비 세액공제가 도입되더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존재한다. 우선 어떤 비용을 제작비로 인정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인건비와 외주 용역비, 저작권 사용료, 서버 구축비, AI 개발 비용 등을 어디까지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기존 R&D 세액공제와의 중복 여부도 정리해야 한다. 동일한 비용에 중복 혜택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실제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공제율 차등 적용, 개발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인정 범위,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지속적인 업데이트 비용 처리 등도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세부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조세 전문가들은 제도 설계가 명확할수록 정책 효과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공제율을 높이는 것보다 콘텐츠 산업 특성에 맞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하반기 국회, K게임 진흥정책 시험대

게임법 전부개정안이 글로벌 환경에 맞는 새로운 게임 정책과 제도 체계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면 제작비 세액공제는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표적인 지원 정책이다. 규제 혁신과 진흥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K게임 30조원 시대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특히 글로벌 게임 산업에서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이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국내만 과거 제도에 머물러 있을 경우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동안 게임 세액공제를 두고, 정부부처간, 국회의원간에 일부 이견이 노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대표적 수출산업인 게임이 정체에 빠지지 않도록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22대 후반기 국회가 출범하면,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는 게임제작비 세액공제를 우선순위에 놓고 논의해 달라고 산업계는 요청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게임은 콘텐츠산업 수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K컬처 핵심 수출 전략산업”이라며 “둔화한 성장세를 극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해 제작비에 대한 부담을 줄여 새로운 게임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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