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지난 해 글로벌 시장에서 TV·냉장고 등 주요 5개 가전 제품의 판매대수 점유율을 모두 우리나라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가전산업의 생산과 수출이 감소하는 동안 중국이 범용 제품과 물량으로 영향력을 확대한 결과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발간한 '피지컬 AI 시대, 국내 가전산업의 제조경쟁력 강화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중국 기업의 판매대수 기준 세계 TV 시장 점유율은 36.1%를 기록했다. 한국은 30.6%로 집계됐다.
다른 가전 분야는 판매량 격차가 더 컸다. 냉장고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 15%, 중국은 41.7%다. 삼성전자(8.0%)와 LG전자(6.7%)의 판매량을 합쳐도 하이얼(21.6%)에 못 미쳤다. 세탁기 역시 마찬가지로 LG전자가 7.3%, 삼성전자가 6.7%로, 1위 하이얼의 24.7%에 크게 뒤처졌다. 중국 기업의 합산 점유율은 41.4%로 한국의 약 3배다.
에어컨과 로봇청소기는 한국 기업의 입지가 더 좁다. 글로벌 에어컨 시장에서 LG전자 점유율은 4.1%로 4위, 삼성전자는 1.9%로 11위다. 한국 기업의 합산 점유율이 6%에 그친 반면, 중국 기업은 64.5%에 달했다.
로봇청소기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각각 1.4%, 0.7%로 10위권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중국 기업의 부상은 저가제품 공급 확대에만 머물지 않는다.
보고서는 “중국의 부상은 단순한 가격경쟁이 아닌 생태계 결합 전략의 결과”라며 “제품개발, 제조, 유통, 서비스, 플랫폼을 갖춘 글로벌 종합 기업으로 전환해 소비자접점과 데이터를 새로운 경쟁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가전기업이 빠르게 부상하는 반면, 국내 가전 생산과 수출은 감소했다. 지난해 국내 가전 생산액은 16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1.1% 줄었다. 2022년 19조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2조5000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가전 수출액도 80억3000만달러에서 72억7000만달러로 줄었다. 지난해 수출 감소율은 8.8%였다.
KEA는 생산기반 약화가 단순한 생산량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본 가전산업의 쇠퇴도 사례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일본의 가전 기업은 사업 매각·합작 과정에서 브랜드뿐 아니라 설계·생산·판매·서비스 기능까지 이전했다”며 “일본 사례는 가전산업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브랜드뿐 아니라 제조·서비스·소비자접점까지 함께 보존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KEA는 가전산업의 제조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 급선무라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3일 정부가 세제개편을 통해 도입을 예고한 국내생산세액공제에 AI 프리미엄 가전을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AI프리미엄 가전은 반도체·AI·센서·로봇·첨단소재 등 핵심기술과 첨단 부품이 집약된 최종 융합제품인 만큼 세제 혜택을 통해 국내 생산을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