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 쓴 채 떠난 75세 복역수, 죽어서야 '무죄'…일본 검찰, 유죄 주장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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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수감 중 사망한 죄수가 사후 재심을 통해 마침내 누명을 벗게 됐다.

20일 일본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검찰은 복역 중 75세의 나이로 숨진 사카하라 히로무 씨의 유가족이 신청한 재심 청구와 관련해 최종적으로 유죄 주장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사망한 죄수에 대한 사후 재심에서 사형이나 무기징역 선고가 뒤집혀 무죄가 인정된 것은 일본 사법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사카하라 씨는 지난 1984년 한 주점의 여성 업주를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1988년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했으나 재판이 시작되자 강압 수사에 의한 허위 자백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1995년 1심의 무기징역 선고에 이어 2000년 대법원에서 형이 최종 확정되었다.

그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2001년 재심을 청구했으나, 결론을 보지 못한 채 복역 중이던 2011년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카하라 씨가 사망한 이듬해 유가족들이 다시 재심을 청구하면서 법정 싸움이 이어졌다.

오쓰지방재판소는 2018년 사카하라 씨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새로운 증언과 현장 검증 당시 수사기관이 공개하지 않았던 미공개 사진 등을 근거로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고등재판소 역시 2024년 같은 결정을 내렸으나 검찰은 이에 불복해 특별항고를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검찰의 특별항고를 최종 기각하면서 재심 개시가 확정되었다.

재심 개시가 확정되자 검찰은 법원과 변호인 측에 사카하라 씨에 대한 유죄 주장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검찰은 대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사건 기록을 다시 면밀히 검토한 결과 사카하라 씨의 혐의를 합리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일본 내에서 진행 중인 재심 제도 개혁 논의에 더욱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48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하다 재심을 통해 지난 2024년 10월 극적으로 살인 누명을 벗은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 사건을 계기로 형사소송법 개정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사카하라 씨의 사후 무죄 결정이 재심 제도 전반의 재검토를 골자로 지난 19일 국회 참의원(상원)에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간 형사소송법 개정안 논의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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