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투자 열기가 고속 광모듈 시장을 넘어 최상류 핵심 소재인 인화인듐(InP)으로 번지고 있다. 한때 일반인에게 생소했던 인듐이 자본시장 관심을 받는 이유다.
인화인듐은 고속 광모듈과 CPO(Co-Packaged Optics)에 들어가는 광칩 핵심 소재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가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고속 광모듈 수요가 급증했고, 공급망의 병목이 광칩과 인화인듐 웨이퍼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세계적인 광칩 업체 루멘텀(Lumentum) CEO는 최근 업계 행사에서 “인화인듐 공급 부족이 메모리보다 심각하다“며 “루멘텀과 코히런트(Coherent) 생산능력만으로는 엔비디아와 다른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고급 인화인듐 광칩 시장에서 8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히란트 움직임은 현재 공급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엔비디아는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코히런트에 20억달러를 전략적으로 투자했고, 지난 6월 코히런트 신규 공장 준공식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직접 참석해 증설을 독려했다. 코히런트 CEO가 최근 중국을 찾은 것 역시 핵심 소재와 부품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화인듐 공급망은 크게 원료 인듐 제련, 고순도 인듐 정제, 인화인듐 웨이퍼 제조 세 단계로 나뉜다. 이 가운데 중국은 특히 앞단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듐은 지각에 넓게 분산돼 있어 단독으로 채굴하기 어렵다. 대부분 아연이나 주석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 금속 제련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인듐 생산에서도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중국은 세계 인듐 매장량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원료 인듐 생산량도 세계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련 인듐 시장에서는 중국 영향력이 더욱 크다. 중국은 세계 정련 인듐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순도를 6N급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고순도 인듐 시장에서는 일본 도와(DOWA)와 JX금속 등 일본 업체가 여전히 강세다. 광칩에 사용되는 고순도 소재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장기간 고객 인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화인듐 웨이퍼 제조 역시 중국이 아직 완전한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 AXT의 중국 사업체인 베이징 퉁메이가 중국에서 생산설비를 운영하면서 공급망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AXT는 원료 인듐 생산지와 가까운 중국에 생산시설을 이전했고, 현재도 주요 인화인듐 웨이퍼 생산이 중국에서 이뤄지는 구조다.
중국 수출 통제는 이 같은 공급망 취약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중국은 지난해 인화인듐과 관련 제품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킨 데 이어 올해는 상류 소재인 인듐까지 관리 범위를 확대했다. 특히 6N급 이상 고순도 인듐 수출 승인이 까다로워지면서 일본과 미국 업체들의 원료 조달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 때문에 중국 업체에는 오히려 기회가 생기고 있다. 해외 기업 원료 확보가 어려워질수록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중국 업체에 주문이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업체가 윤난거마(云南锗业)다. 중국 내 인화인듐 웨이퍼 대표 업체인 윤난거마는 현재 중국에서 6인치 인화인듐 웨이퍼를 양산할 수 있는 업체로 평가된다. 2025년 중국 내 매출은 전년보다 60.77% 증가한 약 10억1600만위안에 달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비경상 항목을 제외한 순이익이 5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회사 윈난신야오는 최근 고객사와 5억7000만~8억5500만위안 규모의 인화인듐 웨이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고순도 인듐 분야에서는 주저우커넝(株洲科能) 성장세가 눈에 띈다. 이 회사는 6N·7N급 고순도 인듐을 생산해 해외 인화인듐 웨이퍼 업체에 공급하고 있으며, 8N급 초고순도 제품도 판매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 업체들이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해서 곧바로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소재는 생산기술보다 고객 인증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인화인듐 웨이퍼는 통상 수개월에서 1년, 고순도 인듐은 1~5년에 걸쳐 고객 인증이 진행되기도 한다. 결국 향후 경쟁 핵심은 '생산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고 글로벌 고객의 인증을 통과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시장조사업계에서는 2026년 글로벌 인화인듐 웨이퍼 수요가 260만~300만장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에 실질적인 공급능력은 60만~70만장에 불과해 큰 폭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가 공급 업체들에 2030년까지 인화인듐 레이저 생산능력을 현재의 20배 수준으로 늘리도록 요구했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증설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결국 인듐 산업 승부처는 단순한 자원 확보가 아니다. 중국이 가진 원료 인듐의 공급 우위를 고순도 인듐과 인화인듐 웨이퍼, 나아가 광칩 생산까지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다.
인듐은 과거에도 중국 산업 한계를 보여준 소재였다. 중국은 막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가공과 제조 역량이 부족해 일본 업체에 낮은 가격으로 원료를 넘기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다시 수입해야 했다. 이후 중국은 정제·가공 능력을 키우며 공급망 주도권을 되찾기 시작했다.
AI 데이터센터와 CPO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지금, 인듐은 다시 한번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이번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많은 인듐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다. 누가 인듐을 고부가가치 반도체 소재로 전환하고, 글로벌 고객 공급망 안으로 집어넣느냐가 새로운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