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안흥준 연세대 교수 “非메모리도 육성해야 진정한 반도체 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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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20년 전에는 한국 팹리스 업계에도 유망한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정부 지원이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누적되고, 국내에 안정적으로 저렴한 웨이퍼를 만들 수 있는 파운드리가 없다 보니 지금은 상당히 위축됐다고 봐야 합니다.”

안흥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최근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폭증에도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성장은 더디다는 점에 경고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주로 종합반도체기업(IDM)이 주도하고 있고, 비메모리 반도체(로직반도체, 아날로그 반도체, 전력반도체)는 팹리스의 비중이 매우 높다.

한국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최상위 수준이지만, 취약한 팹리스 생태계 영향으로 파운드리 생태계는 TSMC 등과 비교해 세계 수준에서 상당히 뒤져 있다. 삼성을 제외하면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1% 미만이다.

안흥준 교수는 1996년부터 SK하이닉스에서 메모리 설계 업무를 맡았고, 2003년부터 2025년까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문에서 20년 이상 메모리 설계와 기획, 마케팅, 상품기획, 전략기획 등 전 주기에 이르는 과정을 담당했다. 메모리 반도체 전문가지만 장기적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비메모리 육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 교수는 “기본적으로 팹리스 업계가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하는데, 웨이퍼를 만들고 검증을 하는 이 단계에서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너무 길다”며 “MPW(Multi-Project Wafer)만 해도 정해진 시기를 놓치면 추가적인 비용이 굉장히 많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MPW는 한 웨이퍼에 여러 고객(기업, 연구소, 대학, IP 벤더 등)의 서로 다른 칩 설계를 함께 집적해서 제조하는 방식이다. 피자 한 판의 토핑을 반반으로 나눠서 다양한 피자를 굽는 작업과 유사하다. 전체 웨이퍼 1장 비용의 5~10% 수준으로 프로토타입을 제작할 수 있어 팹리스 업체들이 선호한다.

안 교수는 정부(상무부 에너지부 국방부 등) 민간(기업 대학 연구소)가 컨소시엄을 이뤄 함께 참여하는 미국의 넷캐스트(Natcast) 사례를 좋은 예로 들었다. 이 기구는 미국 칩스법(반도체 과학법) 제에 따라 만들어진 NSTC(National Semiconductor Technology Center)를 실제 운영하는 비영리 민간 운영 주체다. 첨단 반도체 기술 연구와 미국 내 공급망 강화, 자국 반도체 인력 육성이 주된 운영 목적이다.

안 교수는 “반도체 육성 정책에 대한 컨트롤 타워를 정부가 쥐는 순간, 정권이 바뀔 때 지속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넷캐스트와 같은 민간 주도의 기구는 정부에서 심하게 간섭할 수 없고 정권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국내에도 비메모리 반도체를 키우기 위한 유사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예산 부족이나 정권 교체 시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안 교수는 “대만이 지금 모습을 갖추기까지 1990년대부터 20년 이상 걸렸는데, 우리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며 “AI 변화 격동기에 10년, 15년 이상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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