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해마다 교육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를 만난다. 대개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문장이 적혀 있다. 그런데 교육(education)의 어원인 라틴어 '에두카레(educare)'는 가르친다는 뜻이 아니다.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끌어낸다'는 뜻이다. 학생에게 지식을 부어 넣는 일과, 이미 있는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일은 다르다.
1. 교육학이라는 렌즈: '가르치는 나'가 아니라 '끌어내는 나'
교육학과 지망생의 생기부에는 두 개의 엔진이 함께 돌아야 한다. 하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현상을 분석하는 눈이다. 교육학은 심리학·철학·사회학을 가로지르는 사회과학이어서, 따뜻한 심성만으로도, 냉철한 분석만으로도 절반에 그친다. 그래서 합격생의 생기부는 한 과목에 갇히지 않는다. 교육학과에 합격한 한 학생은 국어 시간의 비판적 독서, 윤리 시간의 응용윤리, 사회 시간의 불평등 문제를 모두 '교육'이라는 한 점으로 모았다. 행동특성란에 “학교의 모든 활동을 교육의 관점에서 보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적혀 있는 이유이다.
2. 좋은 교사를 꿈꾸며 '교육학'을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많은 학생이 '교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교육학과의 문을 두드린다. 그런데 교육학과는 특정 과목을 잘 가르치는 교사를 길러내는 곳이 아니다.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과 달리, 교육학과는 '교육현상'에 심리·철학·행정·평생교육 등 다양한 학문 이론을 적용하고 발전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생기부에는 '나는 잘 가르친다'가 아니라' 나는 교육을 학문적으로 탐구한다'가 드러나야 한다. 예를 들어, 또래 멘토링으로 친구의 학습을 도운 경험을,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모두가 평등한 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확장해 보는 것이다.
3. 성장의 연대기: 예비 교육학도의 고교 3년을 따라가다
1학년 씨앗을 심다. 그는 자신을 '메타인지·성장·발전'이라는 키워드로 분석하며, 자신의 성향이 누군가를 자라게 하는 데 있음을 발견했다. 유네스코 협동학교 동아리(YUNIC)에서 노동착취 아동의 실태를 조사하다“교육이 이 아이들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품었고, 인권의 밤 행사에서는 성별/국적/재력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체험하는 부스를 직접 기획했다. 진로의 출발점에서부터 '교육 불평등'이라는 자기만의 주제를 손에 쥔 것이다.
2학년 척추를 세우다. 핀란드 교육에 감명받아 교육정책 연구원이라는 진로를 구체화했다. A. S. 닐의 '서머힐'을 읽고 '완전한 자유를 가진 학생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친구들과 토의했으며, 핀란드와 네덜란드의 교육과정을 진로 포트폴리오로 정리해 학우들과 나눴다. 알게 된 것을 교육 웹툰으로 그려 학급 SNS에 공유한 장면에서는, 이미 '끌어내는 자'의 태도가 보인다. 막연한 관심이 '평등'과 '자율'이라는 교육 철학의 두 축으로 자리 잡은 시기다.
3학년 비상하다. 테드 딘터 스미스의 '최고의 학교'를 읽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 교육과 융합 인재교육으로 시야를 넓혔다. 나아가 학교 수업을 'PEAK(목적의식·필수역량·주체성·지식)' 모델로 재구성해 보려는 시도까지 밀고 갔다. 1학년의 막연한 끌림은 3학년에 이르러 '교육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연구자의 질문으로 바뀌어 있었다. 같은 사람이 같은 주제를 3년간 다른 깊이로 되묻는 것, 그것이 연대기의 힘이다.
4. 교육학과로 합격한, 원포인트 컨설팅 재구성

결론: 합격의 마지막 줄을 오늘 미리 써보라
'미래 생기부 디자인'은 졸업식 날 내 생기부에 적힐 한 문장을, 오늘 미리 써보는 일이라고 필자는 항상 말해왔다. 교육학과 합격 학생의 행동 특성란은, 어느 날 갑자기 쓰이는 것이 아니다. 1학년의 교육 불평등 부스, 2학년의 서머힐 토의, 3학년의 혁신 교육 탐구가 차곡차곡 쌓여 만든 결론이다.
교육학으로 가는 생기부의 종착역은 빛나는 성적이 아니라, '누군가를 자라게 한 나'의 기록이다. 그러니 오늘 당신이 친구에게 건넨 설명 한마디, 함께 읽은 책 한 권을 가볍게 흘려보내지 마라. 그 한 줄 한 줄이, 미래의 자신을 이끌어낼 것이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