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호남 반도체 LNG 논란과 석탄화력 데자뷰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데이터센터(AIDC) 등 호남권 메가프로젝트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래 첨단 산업 경쟁력을 위한 전력인프라 확충의 정부 청사진에 각계 훈수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국가 전력인프라 확대 기조를 세웠다. 2040년 국가 최대 전력수요 전망치를 기존보다 약 26.8GW 높인 165GW 수준으로 재조정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은 팹 4개에 약 6.3GW, 2040년 장기 수요를 기준으로 하면 20GW가량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신형 원전 14기 정도가 필요한 규모다. 호남 AIDC를 위한 추가 전력도 7GW급 이상으로 예상된다.

환경단체는 반대 입장이다. 탄소중립을 강조하는 정부가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서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신규 추가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AI 경쟁이 속도전에 들어간 상황에서 원전은 느리고, 재생에너지는 안정성이 떨어진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송전망 추가 구축 부담 없이 인접해 바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LNG 발전이 대안 카드로 검토되고 있다.

이미 진영은 갈렸다. 산업계는 현실론을 얘기하며 LNG 발전소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환경단체는 이를 탄소중립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진보 정권의 원전 확대 정책도 불만이었는데, LNG까지 허용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작금의 상황은 13년 전 6차 전기본의 논란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뜨거운 감자는 '석탄화력'이었다. 9·15 순환정전사태를 겪었던 전력당국은 6차 전기본에서 설비 확대 방침을 정하고, 대한민국 전력사에 한 획을 그은 민간석탄화력 허용 카드를 던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석탄화력에 수많은 대기업이 뛰어들었고, 지금과 마찬가지로 환경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현 시점에서 6차 전기본은 실패로 볼 수 있다. 당시 결정됐던 석탄화력 중 대다수가 7차 계획에서 대거 백지화됐다. 그나마 건설이 완료된 발전소는 정상 가동을 못 하고 있다. 수조원을 들여 동해안을 따라 총 5GW 규모의 발전소가 자리했지만, 제대로된 송전선로를 확보하지 못하고 급전 순위에도 밀려 유명무실 상황이다.

호남 LNG도 충분히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 시작점은 순환정전과 메가프로젝트로 다르지만, 탄소중립 국가 목표는 그때도 있었고, 에너지 정책 기조의 변화 가능성은 지금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과거 이명박 정권의 녹색성장부터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탈석탄, 윤석열 정권의 원전 부활에 이어 지금의 12차 전기본까지, 국가 에너지 정책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카멜레온 같은 모습을 보여왔다.

문제는 에너지 설비가 단기 정책의 사이클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LNG 발전소 수명은 30년, 설비 개선이 이뤄지면 더 늘어난다. LNG 발전소가 재생에너지 계통 안정성을 위한 긴급동원 용도 정도로 사용되다, 10년 뒤 신규 원전 등장과 함께 방치될 운명이라면 이 또한 국가적 낭비다. 이번엔 다를 수도 있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호남 LNG 발전소 논란에 어떤 결론이 나와도 비난의 대상은 아니다. 에너지 정책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닌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분명 정부는 12차 전기본에서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정책 수립을 목표로 할 것이다. 다만 그 선택은 6차 전기본 석탄화력과 같은 결과로는 이어지지 말아야 한다.

당장 급하니 쓰고 나중에 여유 있으면 밀어내는 토사구팽 용도라면 12차 전기본 LNG 발전소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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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 전자신문 정치정책부 부장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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