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선관위' 논란과 전자투표

“아빠 투표지 부족도, 개표 중 투표도 선관위가 괜찮다고 하면 되는 거야?”.

지난 4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다음날 딸 아이의 물음이다. 투표용지 부족이 분명 큰 문제인 것 같은데, 당시 선관위의 행태는 안이해 보인다는 것이 질문의 요지였다. 본인의 생애 첫 투표가 부실관리 얼룩으로 덧칠해진 것에 대한 화도 섞여 있었다.

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당장 시시비비의 결론 내리기 보다는 선관위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설명했다. 국가 5부 요인으로서의 선관위원장의 위치, 감사원은 물론 대통령조차 지적하기 힘든 독립기관으로서의 특징, 정치적 개입 논란 우려에 정치인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못하는 위상까지, 하지만 생애 첫 투표를 망친 딸에게 선관위는 지금도 무언가 한참 잘못된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거의 한 달이 지나가고 있지만 논란은 계속 커지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을 넘어 개표 수를 잘못 등록하고, 당선자가 바뀌는 사례까지 나왔다. 민주주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선거에서 일어나선 안 될 문제가 릴레이로 터지면서, 과연 선관위의 존재가 필요한지조차 의문이 가는 상황에 이르렀다.

선관위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대 대선 소쿠리 투표 사태부터, 대규모 친인척 채용 비리, 외유성 출장까지, 독립기관이라는 그늘 아래 그들만의 복마전으로 변질됐다. 지난 23일 국정조사 첫날에는 선관위 증인이 무더기 불출석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선관위 존폐 문제를 넘어 앞으로 있을 선거 신뢰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표를 세는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스탈린의 말이 현실이 된 지금, 2년 뒤 열릴 제23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어떻게 국민에게 투명한 선거를 약속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도입이 답이 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분명 인적 실수에 의한 것이다. 일부 유권자들은 '실수'인지 '의도'인지조차 의심하는 상황에서 AI와 함께하는 투표관리를 검토할 만하다. 적어도 AI는 투표용지를 절반만 준비하게 하지 않았을 거고, 득표 수 오기 입력도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선거관리 사무를 지원해왔던 공무원들도 전자투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 이들은 다음 선거부터는 선관위 업무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공무원 노조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지금의 종이공보물·종이투표 시스템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보며, 선관위에 전자투표 도입을 요구했다.

이미 많은 현장에서 인공지능 전환(AX)이 진행 중이다. 산업 현장과 사무공간을 막론하고 디지털화와 자동화를 통해 인적 오류를 줄이고 효율성 증가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제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에서도 AX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다. 모든 것을 AI에 맡기자는 얘기가 아니다. 인간이 직접 확인하는 작업과 함께 AI로 보조를 맞추고 그 결과의 이중 데이터화로 불신과 오해를 줄여야 한다.

선관위 문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이 위기를 선거 개혁의 발판으로 삼아야 하며, 그리할 수 있는 기술력도 가지고 있다.

딸 아이의 생애 첫 투표가 부실선거라는 오점이 아닌 선거개혁의 기점으로 역사에 기록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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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 정치정책부 부장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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