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사능 오염으로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체르노빌에서 한때 멸종 위기에 처했던 야생말까지 일부 적응에 성공했다고 AP 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주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 폭발 사고로 기록됐다. 히로시마 원폭의 수백 배에 달하는 방사능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이 지역은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됐다.
사건 발생 4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체르노빌의 방사능 수치는 사람이 발을 들일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야생동물은 원전이 세워지기 이전의 개체수까지 복원되며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이다.


늑대, 스라소니, 무스, 사슴, 들개까지 체르노빌의 야생에 적응했으며, 100년 전 사라진 불곰까지 돌아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 때 멸종위기에 처했던 프르제발스키말이다.
지난 1998년, 과학자들은 동물이 체르노빌에서 적응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몽골 원산의 말인 프르제발스키말을 투입했다. 몽골어로 '타히'라고 불리는 이 말은, 염색체 쌍이 32개인 가축 말과 달리 염색체 33쌍을 가진 지구상 유일한 야생종 말이다.
프르제발스키말은 체르노빌에 투입된 초반, 상당히 많은 수가 목숨을 잃었지만 일부는 적응에 성공했다. 살아남은 개체는 무리를 지어 지냈고, 버려진 헛간이나 집에서 비바람을 피하며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세벤느 국립공원의 프르제발스키말 관리 프로그램 운영 책임자는 “성공적인 재도입 사례”라며 “아직 완전히 안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적절한 준비를 통해 사육되던 종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적, 생태적 행동을 되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자체 평가했다.
다만 일부 생물에게서는 방사능에 의한 변화도 관측됐다. 일부 개구리는 피부색이 어두워졌으며, 새들은 백내장 발병률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체르노빌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자연과학자 데니스 비슈네프스키는 “여전히 지속적인 방사선 누출이 확인되지만, 동물의 집단 폐사 현상은 없다”며 “한 때 산업이 활발했던 도시를 자연은 마치 '공장 초기화'한 것처럼 생태계를 완벽하게 복원해냈다”고 평가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