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주·국방용 화합물반도체 새 전기 돼야

한국나노기술원이 확보한 4인치 크기 비소화갈륨(GaAs) 변성 고전자 이동도 트랜지스터(mHEMT) 양산 제조 기술은 우리 우주·국방 등 첨단분야 화합물 반도체 자립도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실리콘 기반 반도체 제조야 우리나라가 워낙 월등하지만, 여전히 극한 환경·고신뢰도·작동 안정성 등을 요하는 특수 분야 반도체는 미개척지나 다름없었다.

특히, 이번 95% 수율까지 얻은 소자는 갈륨과 비소 원소를 섞은 화합물 반도체다. 실리콘을 사용하는 반도체에 비해 무른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 전자 이동속도는 5~6배나 빠르다고 한다. 당연히 충격 흡수율도 좋고, 방사능 등 외부로부터 받는 악조건도 견딜 수 있는 특성을 갖는다.

그간 우리나라가 위성발사체 같은 우주용이나 레이더·미사일 탐색기 등 무기체계에 활용하기 위해선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분야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전문 기업들이 설계나 제조에 나서더라도 높은 실패율과 낮은 성능 구현으로 양산은 엄두도 못 내는 처지였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책연구기관인 나노기술원이 관련 공정기술 개발에 착수했고, 이번 4인치 소자의 95% 수율 확보라는 개가를 올린 것이다.

보통 우주·국방용으로 주로 써오던 2~3인치 웨이퍼에 비해 4인치로 크게 넓어진 것도 실제 적용 범위나 응용 개발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한 성과로 평가된다. 실제 기술원 측이 이번 확보 기술과 공정값 등을 담은 디지털 설계 도구를 만들어 국내 팹리스들에 제공키로 한 것도 산업적 의미가 크다.

나아가 넓어진 웨이퍼 크기만큼, 한장의 웨이퍼에 여러 기업의 설계안을 모아 제작해보는 MPW(Multi-Project Wafer)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한다. 전문 기업들로선 막대한 비용이 드는 설계·제작 실험을 저렴하게 진행한 뒤 시제품까지 이를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일차적으로 우주·국방 같은 초고난도 화합물 반도체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한 가치가 가장 크다. 그리고 이차적으로 관련 생태계를 만들어 전문 기업 육성까지 도모할 수 있으니 파생 효과 또한 적지 않다.

이번 비소화갈륨 mHEMT가 우리나라 국방·우주 등 최첨단 분야 반도체 영역 확장의 신기원을 열었으면 한다. 나아가 우리 반도체업계에 왕성한 새 도전과 실력 있는 기업의 탄생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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