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며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납사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가 매점매석 금지와 수출 제한을 포함한 초강수 조치를 이번주 내에 단행한다. 납사 부족 여파가 세탁기 등 가전제품과 철강 등 전방 산업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면서다.
산업통상부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동상황 대응본부' 일일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수급 대응 방안을 밝혔다. 양기욱 산업부 자원안보실장은 “납사 생산 및 도입 물량에 대한 의무 보고, 매점매석 금지, 정유사 생산 물량의 수출 제한 등의 조치를 준비 중”이라며 “이번 주 시행을 목표로 관계 부처 협의 및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 수입처 발굴에 따른 추가 물류비용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지원하며, 사태가 악화할 경우 긴급 수급 조정 명령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납사 대란의 불똥은 이미 타 산업으로 튀기 시작했다. 선박 보험 적용 거부로 오만 소하르항으로 향하던 철강 수출 물량에 차질이 빚어져 육상 운송 등 대체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탁기 등 대형 가전의 내·외장재로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ABS) 등 석화 소재 역시 납사 부족에 따른 재고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대해 박동일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관련 가전 업계가 통상 2~3주가량의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국민 생활과 직결된 산업 필수 소재를 중심으로 집중 모니터링하며 업계와 소통해 수급 애로를 해소하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진 석화업계 연쇄 '셧다운' 공포에 대해서는 재차 선을 그었다. 양 실장은 전날 LG화학이 연산 80만톤 규모의 여수 2공장 가동을 멈추고 여천NCC가 일부 공정 가동을 중단한 것에 대해 “가장 작은 시설부터 가동률을 낮춰 경제성을 높이려는 기업의 자율적이고 계획적인 판단으로, 갑작스러운 공급 충격은 아니다”라고 했다. 오히려 기업들의 지속적인 대체 물량 확보 노력으로 셧다운 우려 시점이 4월 말에서 5월 초로 점차 밀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가를 잡기 위해 도입한 '최고가격제' 2차 고시도 이번주 중 발표한다. 양 실장은 “일부 주유소가 최고가격을 즉각 반영하지 않고 마진을 과도하게 남긴다는 지적이 있다”며 매점매석, 가격 담합, 정량 미달, 꼼수 인상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고가 판매 주유소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했다.
중동 현지 플랜트 건설과 관련해선 타격 위험이 있는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지역의 작업은 중단하고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