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제 지표들은 전례없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주식 시장은 활황이고 빅테크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다. 그러나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면 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 일자리가 없어 고통받는 청년층, 치솟는 물가에 신음하는 서민들의 비명이 들린다. 평균 수치는 이 간극을 가리고 있지만, 현실의 경제는 알파벳 'K'자처럼 명확히 두 갈래로 찢어졌다. 상승하는 선과 추락하는 선,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K자형' 경제다.
고소득층과 빅테크 기업은 주식·부동산 급등으로 풍요를 누리지만,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은 임금 정체와 실업으로 고통받는 K자형 경제는 글로벌·소득·산업·노동·세대 등 다층위에서 나타난다. 최상위 국가와 사회계층은 자산 버블로 부가 폭증하지만, 개발도상국과 저소득층은 인플레이션과 부채에 짓눌린다. 인공지능(AI)·클라우드·플랫폼 기업은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나, 전통 제조·오프라인 소매업은 구조조정의 칼날을 맞는다. 일부 대기업 노동자는 재택근무와 인센티브를 누리는 반면, 서비스직·파견 노동자는 시간제 고용과 임금 하락에 시달린다. 자산을 보유한 일부 기성세대와 대도시 테크허브는 상승 곡선을, 구직 중인 청년과 인구 감소에 허덕이는 지방은 평평하거나 하향 곡선을 그린다.
슘페터가 지적했듯이 신기술은 생산성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기존 일자리를 무자비하게 삭제하고 있으며 직무 전환을 대량으로 요구한다. 정보기술(IT) 산업마저도 예외가 아니다. 생성형 AI는 코딩·디자인 생산성을 수십 배 높이지만, 중저숙련 개발자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협한다. 그럴수록 부모들은 악착같이 자녀 교육에 더 투자한다. 하지만 고등교육 이수율이 높아질수록 고급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 진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또 필자가 여러 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대학 정원 통제 정책은 오히려 대학전공과 현장 필요 인력의 불일치를 키워 청년 실업을 악화시키고 있다. 청년이 몰린 곳에 적절한 전공 교육을 제공해야, 그 전공을 살려서 인재난에 허덕이는 기업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이 K자형 경제 구조는 실업과 사회 분열을 동반한다. 그러나 정부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 N잡러로 나서고 있는 중장년과 첫 직장을 못찾아 고민하는 청년들은 모두 AI 시대에 선제적으로 적응해 나가야 한다. AI 역량을 쌓아 K자의 위쪽 선으로 이동하는게 우선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이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제공하는 평생 학습 플랫폼을 활용하고, 세계적 수준의 무료 교육체계를 활용하자. 최근 국제정세가 혼미한데, 이런 때일수록 부채 관리와 분산 투자로 자산 방어에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
모든 것은 결국 디지털 전환이라는 쓰나미에서 시작됐다. AI 자동화가 일반화되면, 결국 그러한 기술을 활용하는 인간의 자질이 차이를 만들 것이다. 그래서 전공도 중요하지만 취미와 교양, 직접 경험과 간접경험이 모두 중요하다. 정부는 노동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성장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직업 훈련과 평생 교육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또, 성장의 척도를 바꿔야 한다. 단순히 GDP 성장률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그 성장이 얼마나 고르게 분배되는지를 보여주는 '포용적 성장' 지표를 병행하여 경제의 실상을 다수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K자의 아랫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윗단의 번영도 지속가능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기술이 사람을 소외시키는 도구가 아니라, 더 많은 기회를 여는 열쇠가 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K자형 경제를 경험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무거운 과제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