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육성 전략을 전면 수정한다. 개별 기업의 기술 개발에서 벗어나 수요기업이 주도하는 '생태계형'과 지역이 중심이 되는 '지역주도형' 협력모델을 새로 도입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존 추격형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산업통상부는 2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소부장 협력모델 신규 유형 공고를 냈다. 이번 개편은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이후 이어져 온 소부장 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하는 조치다.
그동안 정부는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협력을 통해 핵심 품목의 국산화를 추진해 왔다. 실제로 희토류 영구자석, 이차전지용 파우치 등 일부 분야에서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개별 품목 단위의 기술 확보에 머물면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구조로까지는 발전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신설된 생태계형 협력모델은 이런 한계를 보완했다. 공급기업이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수요기업이 참여하는 이전 방식에서 벗어나, 수요기업이 직접 기술 방향 설정, 협력 기업 구성, 사업화 전략을 총괄하는 '설계자(Architect)' 역할을 맡는다.
정부도 이에 맞춰 대형 연구개발(R&D) 사업을 지원하고, 연간 60억원 내외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참여 기업 구성 역시 수요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기술 개발의 속도와 완성도를 동시에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이차전지, 첨단소재 등 국가 전략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게임체인저'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지역주도형 협력모델도 새로운 전략이다. 지역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소부장 기업과 지자체, 앵커기업이 함께 참여한다. 세부적으로 '단일 지역형'과 '지역 간 협력형'으로 나뉜다. '단일 지역형'은 소부장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공장 신·증설과 연구개발 투자를 패키지로 지원한다. 지방정부는 부지와 정주 여건을 제공하고, 앵커기업은 구매 확약과 실증을 맡는다. 중앙정부는 R&D와 정책금융을 연계해 사업화를 뒷받침한다. '지역 간 협력형'은 서로 다른 특화단지에 위치한 기업이 공동으로 신제품을 개발하고 사업화까지 추진하는 구조다.
이번 개편의 또 다른 특징은 범정부 차원의 패키지 지원이다. 정책금융, 세제, 규제 특례를 함께 묶었다. 주52시간제 예외 적용, 화학물질 인허가 패스트트랙, 해외 핵심기술 보유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이 포함된다.
산업부는 기술 개발 이후 사업화 단계에서 발생하는 병목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간 기술 확보 이후에도 인허가와 투자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모는 4월 9일까지 진행된다. 이후 선정 절차를 거쳐 올해 안에 신규 모델을 가동할 계획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