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주목받는 유리기판을 양산하기 위한 공급망 구축이 본격 전개되고 있다. 상용화 시점이 다가오면서 협력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C 자회사 앱솔릭스는 유리기판용 포토레지스트(PR) 공급망 강화에 나섰다. PR은 회로 형성에 쓰이는 소재로, 앱솔릭스는 그동안 일본 도쿄오카공업(TOK) 제품을 사용해왔다. 회사는 현재 일본 소재 외 한국 소재를 추가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소재 다변화와 대량 생산 대비로 풀이된다.
앱솔릭스는 또 유리기판 글라스관통전극(TGV)과 도금 공정 이원화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TGV와 도금은 유리기판에 미세한 구멍(홀)을 뚫고, 구리를 채워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공정이다. 앱솔릭스의 TGV와 도금 공정은 국내 에프앤에스전자가 담당했다. 공급망을 확충, 조달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앱솔릭스가 신규 협력사를 찾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리기판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LG이노텍은 유티아이와의 협력을 시작했다. 유티아이는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에 탑재되는 강화유리를 가공하는 업체로, LG이노텍은 펀드를 통해 유티아이 투자에 참여했다. LG이노텍과 유티아이의 구체적인 협력 방식과 내용은 아직 미정이지만 유티아이가 유리 가공 기술을 보유한 만큼 반도체용 제품을 만드는 공정에서 양사가 협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스미토모와의 협력을 공식화한 삼성전기 외에 삼성전자도 물밑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JWMT(옛 중우엠텍)에 투자했다. JWMT 역시 유리 가공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유치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설비를 증설하는 등 생산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처럼 적극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건 상용화를 위해서다. 앱솔릭스는 내년, 삼성전기는 2027년부터 유리기판을 양산하는 게 목표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소재를 대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려 인공지능(AI) 반도체 성능 개선을 위한 필수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유리기판은 가공 난도가 높다. 특성상 갈라지거나 깨지기 쉬운데 전기적 신호가 오가는 구멍(TGV 홀)을 수 천개 만들어야 하고, 여기에 도금을 입혀 회로를 만들어야 한다. 단일 기업 혼자서는 상용화가 어려워 전문성을 갖춘 협력사와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필수적인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유리기판은 여러 업체와 협력 체계를 형성하지 않고는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구조”라며 “상용화 시기가 다가오는 만큼 기업 간 합종연횡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