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규제 푼 정부, 산업 생태계 '관리' 아닌 '육성'

Photo Image
손동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규제 합리화'를 차세대 성장 전략의 중심축으로 세우며, 바이오·재생에너지·문화산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간 규제를 '관리'의 도구로 활용하던 정부가 '육성'과 '혁신 지원'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구체적 추진 의지를 밝힘에 따라, 각 부처의 정책 추진 속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 이재명 대통령 “구더기 걱정 말고 장을 담그라”… 규제 패러다임 전환 주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열린 '제2차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경제를 살리려면 경제 활동이 활발해야 하고, 이를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해관계 충돌과 안전 논리를 이유로 한 '과잉 규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위험하니 하지 말자는 식으로 결론 내리는 것은 구더기가 생길까 봐 장을 담그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며 “위험을 최소화할 보완 장치를 마련하면 규제도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규제의 목적을 “이해 충돌을 피하기 위한 억제”가 아니라 “합리적 조정”으로 재정의했다. 또 관료적 관성으로 인한 '규제 유지 습관'을 꼬집으며 “정부는 규제를 유지할 이유를 찾기보다, 해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전통적인 규제 담당 기관들도 이제는 '성장과 진흥'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민간의 창의성과 속도를 정부가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정부, '3대 신성장 산업' 규제 완화 본격화

이날 회의에서는 대통령의 발언에 맞춰 바이오·재생에너지·컬처(문화콘텐츠) 등 3대 미래산업의 규제 혁신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바이오 분야의 핵심은 신약 허가·심사 절차의 속도 혁신과 의료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약 심사 과정을 병렬·동시 처리해 기존 360일 안팎의 심사 기간을 240일로 단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개발 단계부터 허가 이후까지 '전 주기 규제 서비스'를 도입하고, 심사 인력을 확충해 글로벌 수준의 평가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데이터 활용 규제도 대폭 완화한다. 보건복지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사망자 의료정보를 비식별화 조건으로 연구·산업 목적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의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저위험 가명데이터셋'을 개발하고, 2026년부터 산업계가 원격 분석할 수 있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의료 인공지능(AI) 연구, 신약 개발, 예측 진단 등 데이터 기반 혁신 생태계 조성을 통한 공익적 데이터 활용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에너지 분야의 핵심은 영농형 태양광 허용과 폐자원 수입 규제 완화다.

농민이 동일한 토지에서 농사와 발전을 병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 분산형 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달성하는 구조다.

이 대통령은 “태양광 시설을 주민이 반대하는 이유는 이익이 외부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라며 “지역 주민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로 설계하면 환영받는 사업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폐리튬·희토류 등 핵심 광물 재활용 규제 완화를 통해 자원 안보를 강화하고, 산업단지 내 부산물 재활용을 허용하는 **'순환경제 특례구역'**을 신설해 기업의 ESG 경영을 지원하기로 했다.

문화 분야에서는 콘텐츠 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계획이 나왔다.

정부는 영화 제작 지원과 세제 혜택을 확대해 투자 부진을 완화하고, 광고 관련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OTT와 방송사의 공정 경쟁을 촉진한다.

특히 불법 콘텐츠 유통을 24시간 내 차단하는 제도를 도입해 한류 IP(지식재산권) 보호 체계를 강화한다.

이 대통령은 “문화는 창의와 감성의 영역으로,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발전을 막는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팔길이 원칙(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바이오·에너지·문화는 각각 생명과 건강, 지속가능성, 창의와 감성의 상징이자 대한민국의 진짜 성장을 견인할 미래”라며 “규제 합리화를 통해 민간의 창의성과 정부의 지원이 함께 가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논의된 과제를 신속히 후속 조치로 연결해, 내년 상반기까지 제도 개선 결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