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매년 수천억 원을 쏟아붓고 있는 'K-콘텐츠 펀드'가 절반 이상 투자되지 못한 채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무작정 예산만 늘려가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해 치밀한 정책 점검과 운용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에는 4485억원이 조성돼 2559억원이 투자됐고, 지난해는 6800억원이 결성됐으나 2829억원만 집행됐다. 단순 합산만으로도 2023년 1926억원, 지난해 3962억원이 미집행된 셈이다.
문체부는 올해 3500억원 예산을 투입해 7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올해 7월 기준 정부 출자는 850억원, 자펀드 결성은 380억원에 그쳤으며, 나머지는 '자펀드 선정 및 결성 진행 중'이라는 답변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연욱 의원은 “문체부는 K-콘텐츠 펀드 예산을 늘리기 전에 현황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며 “2022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결성된 펀드 중 투자처를 찾지 못해 남아 있는 금액이 1조4000억원(약 52%)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투자금이 제때 집행되지 않는 이유로는 낮은 수익률이 꼽힌다. 최근 5년간 청산된 K-콘텐츠 펀드의 수익률은 최대 -16%, 평균 -8%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 의원은 “2026년에는 9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투자해야 하는데, 올해 펀드 조성률도 15%를 겨우 넘긴 수준”이라며 “문체부가 'K-컬처 300조' 운운하며 예산만 늘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환경 개선과 수익률 제고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남아 있는 투자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예산만 투입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정책 추진에는 보다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