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여당이 배임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대체 입법 등 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경제형벌 합리화를 위한 1차 방안으로 110개 형벌을 합리화한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 당정 협의에서 “민주당과 정부는 배임죄 폐지를 기본 방향으로 구상했다. 중요 범죄에 대한 처벌 공백이 없도록 대체 입법 등 실질적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요건이 추상적이고 적용 범위가 넓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된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고 대체 입법을 통해 처벌 범위를 축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형벌을 민사 책임으로 합리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고려하면 형법상 배임죄 폐지는 이르면 올해 안에 처리될 전망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기업경영 활동을 옥죄는 요인으로 지목된 배임죄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선의의 사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며 “형벌은 경감하되 금전적 책임성을 강화하고 경미한 의무 위반 사항은 과태료로 전환하는 등 국민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설명했다.
1차 정비 대상인 110개 규정 중 68개는 경미한 위반 행위에 대한 형벌을 폐지하고 과태료 등 행정제재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단순 실수나 규정 미숙지로 중소기업·소상공인에 과도한 형벌이 적용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예를 들어 숙박업·미용업·세탁업 등에서 상호 변경이나 지위 승계 신고를 누락했을 경우 기존에는 최대 징역 6개월 또는 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됐지만 앞으로는 과태료 100만원으로 완화된다.
개인신용평가사가 개인신용정보 수집 기록을 보존하지 않은 경우 현행 징역 1년에서 과태료 1000만원으로 전환한다.
형벌의 필요성이 있지만 행정제재를 먼저 부과해 입법 목적이 달성 가능한 18개 규정도 합리화한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상품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한 경우 현재는 최대 징역 3년이 부과되지만 시정조치를 먼저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벌 제재로 넘어가도록 개정한다.
일부 규정은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형벌 대신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거나 지금보다 상향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배달로봇 등 실외이동로봇 부품의 경미한 사항을 사전 승인 없이 개조할 경우 현재는 최대 3년의 징역 또는 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지만 형벌을 폐지하고 과징금 상한을 5000만원으로 높인다.
타법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형량을 완화하거나 존치 필요성이 낮은 18개 규정도 정비한다. 은행이 고객의 외환거래가 합법적인지를 확인하지 않은 경우에는 형벌 대신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이 해당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개선안을 바탕으로 정기국회 내에 관련 법률의 일괄 개정을 추진하는 등 향후 1년 내 경제형벌 규정의 30%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추가 개선 방안은 오는 10월 이후 마련할 예정이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