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 부과 유예 조치를 전격 단행했다. 한국은 기본관세에 해당하는 10% 세율만 적용받게 돼 최악의 상황을 면했지만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수출 제품이 이번 조치에서 제외돼 부담이 남아있다. 더욱이 미중 갈등 격화 상황도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 상황은 여전히 엄중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해 추가 보복 조치로 맞선 중국에 대한 관세를 125%로 올리고 대미(對美) 보복에 나서지 않은 다른 나라의 상호관세 부과는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을 비롯한 70여개국의 관세는 한시적으로 기존 25%에서 기본관세율인 10%로 낮아지게 됐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발한 관세전쟁의 격화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주식 시장이 연일 폭락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수출 실적 악화로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 가운데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우리 정부도 이번 조치를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간담회에서 “관세 협상을 지속해 우리 업계 영향을 최대한 줄일 여지가 확보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25% 국별 관세를 부과한다는 발표가 있었던 만큼 대미수출 여건이 크게 악화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관세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어서 우려는 여전하다. 대미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부품의 품목 관세가 살아 있는데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로 맞대응을 이어가면서 글로벌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날 중국에 대한 관세만 125%로 올렸고 중국도 같은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8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두 개의 블록으로 갈라지면서 양국 간 상품 교역이 최대 80%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중국 현지에 생산 기반을 갖춘 기업의 대미 수출 타격, 원화 약세 등 적지 않은 파장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대 중국 중간재 수출 기업과 중국산 부품 소재를 공급받는 미국 투자 기업이 과거에 비해 줄었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미국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중국산 제품이 아시아 등 시장에 풀릴 때 발생하는 공급과잉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