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면세점이 매장 효율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매장부터 순차적으로 철수 여부를 검토한다.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 부임 이후 수익성 제고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 2월 뉴질랜드 웰링턴 공항점 영업을 종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8년 운영을 시작한 이후 7년 만이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8년 오세아니아 현지 면세점 법인 'JR듀티프리'를 인수하면서 오세아니아 5개 매장(호주 브리즈번 공항점·멜버른 시내점·다윈 공항점·캔버라 공항점·뉴질랜드 웰링턴 공항점)을 인수한 바 있다. 웰링턴 공항점의 경우 지난 2월 계약 기간 종료 이후 연장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철수 수순을 밟았다.
같은 시점에 인수된 호주 멜버른 시내점은 지난해 8월 영업을 종료했다. 웰링턴 공항점과 마찬가지로 계약 기간 종료에 따른 철수다. 지난해 6월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선언한 이후 해외 부실 매장 두 곳을 정리했다. 임대료에 비해 실적이 부진한 소규모 매장을 정리하고 멜버른·브리즈번 등 큰 공항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이다.
이처럼 롯데면세점은 향후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해외 매장부터 철수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계약 기간 내 철수는 위약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괌 공항점도 철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면세 전문 매체 '무디데이빗리포트'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내년 7월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괌 공항점 영업 종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부터 운영 중인 매장이지만 괌 공항점 또한 소규모로 효율이 낮다는 평가다.
롯데면세점 해외 최대 매장인 싱가포르 창이공항점도 내년에 계약 기간이 만료된다. 지난해 국제 여객 수 기준 글로벌 4위에 해당하는 대형 허브 공항인만큼 철수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계약 시점에서 임대료 수준이 낮아지지 않는다면 창이공항도 롯데면세점의 철수 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같은 행보는 지난해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롯데그룹 기업설명회(IR)에서 예고됐다. 당시 롯데는 기관투자자 대상 IR에서 해외 부실 면세점 철수를 검토하겠다 밝힌 바 있다. 롯데면세점은 올해부터 매출 비중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보따리상(다이궁)과 거래를 끊는 등 수익성 제고에 총력을 쏟고 있다.
부진한 업황에 따른 효율화 움직임은 면세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오는 7월을 끝으로 시내면세점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무역센터점 또한 영업 공간을 축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올 초 신세계면세점은 부산점 운영 특허권을 반납하고 영업을 종료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국내외 점포에 대한 내실 경영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운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