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철수 재연될까…신라·신세계 임대료 폭탄에 '고심'

여객 늘어도 면세점 방문객 수,매출 모두 하락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여전히 여객 수 비례
급증한 임대료에 시장에선 철수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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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전경.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임대료에 고심하고 있다.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에 비해 면세점 방문객 수는 정체된 가운데 여객 수에 비례하는 임대료 산정 방식이 독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장기화된 고환율, 미진한 면세 지원책으로 성장 동력을 잃은 가운데 인천공항을 철수하는 면세점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은 매출과 방문객 수가 모두 작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다. 매출과 방문객 수가 동반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약 4년 만이다. 면세점 3월 매출은 1조845억원으로 8.6% 줄었고 같은 기간 방문객 또한 227만명으로 1.6% 줄었다.

하늘길이 열리면서 관광 수요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61만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8.2% 늘었다. 외국인 관광·소비 패턴이 단체·면세점 중심에서 개별·로드숍 위주로 변화하면서 면세 시장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머무르는 모습이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은 지난 2023년 입찰을 통해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각각 따냈다. 당시 입찰은 기존 정액제를 벗어나 처음으로 '여객 당 비례' 방식을 채택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과 같이 여객 수가 급감할 경우를 대비해 여객 수와 면세점 임대료를 연동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여객 수와 면세점 매출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인천공항에서 출국한 여객 수는 3531만명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회했다. 반면 면세 시장 규모는 14조2249억원으로 2019년 대비 42.8% 줄었다.

지난해 인천공항 입점 사업자들이 부담한 임차료는 6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점 초기에는 매출에 비례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임시 매장 비중이 높아 부담이 적었다. 지난해 정식 매장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임대료 부담도 빠르게 커지는 상황이다.

임차 규모가 큰 신라·신세계는 공항에서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 신라·신세계는 전체 면세 구역 70% 이상을 차지하는 DF1~DF4를 나눠 가져 DF5만 확보한 현대면세점보다 부담이 크다. 지난해 여객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올해 신라·신세계면세점이 부담할 임대료는 각각 4000억원이 넘는다.

인천공항공사도 상황을 고려해 임시 지원책을 운영 중이다. 공사는 지난해 12월 제2여객터미널(T2) 4단계 확장구역에 입점한 면세점에 한해 임대료 부과 방식을 매출 비례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다만 해당 구역은 각 면세점 매장 규모의 10% 안팎에 불과해 실질적인 지원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인천공항 임대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철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입점한 면세점의 남은 계약 기간이 최대 8년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롯데면세점도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철수한 바 있다. 면세산업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정우 경희대학교 교수는 “지난 인천공항 입찰은 중국 국영 면세점이 참여하면서 예상보다 과열된 부분이 있다”며 “한 때 글로벌 1위를 유지했던 국가 산업으로서 인천공항공사와 관계 부처가 지속 가능성을 논의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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