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상호관세를 비롯한 양국 관계 증진을 논의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정상이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78일 만이다. 두 정상은 28분간 통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권한대행과의 통화 후 참모진에게 무역 협상에서 한국과 일본과 같은 동맹을 우선하라고 지시했다. 일본도 한 권한대행에 앞서 이날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했다.
중국이 최근 한일중 경제통상장관회의를 통해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에 3국이 공동대응하자고 제안한 것을 차단하려는 방안으로 읽힌다. 우리나라는 25%, 일본은 24%, 중국은 20%의 보편관세에 34%의 상호관세가 추가된다. 이에 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에 보복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한 권한대행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앞서 미 CNN과 인터뷰를 갖고 중국처럼 미국에 보복관세 조처를 하지 않고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동맹은 매우 강력한 동맹이다. 분명히 협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중국 등과 연대해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에 맞설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우리는 그런 길을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 대응이 우리 세 나라에, 특히 한국에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한 권한대행과의 통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한 권한대행과) 거대하고 지속불가능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 제공한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지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의 부담액) 증액을 위한 재협상도 시사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