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굵직한 M&A마다 자금 대준 NH…6월에도 인연 이어질까

2013년 네파, 2015년 홈플러스, 2023년 오스템 등 인수 때마다 대출
IB업계, 6월 고려아연 인수대금 만기에도 지원할지에 업계 관심 쏟아져

홈플러스 사태로 MBK파트너스가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는 가운데 MBK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진 NH투자증권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수년 간 NH투자증권이 인수금융 시장 입지를 넓히며 빠르게 성장한 데는 MBK와의 인연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MBK는 굵직한 인수마다 NH투자증권를 자금줄 역할로 활용했다. 지난해 9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 때도 NH투자증권은 주식 매입자금의 75%인 1조 2000억 원을 대출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수금융 시장에서 NH투자증권의 주관 실적이 2조원 규모로 집계돼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과 MBK 간의 돈독한 관계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인수금융 시장 1위에 올라서는 데 MBK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점이 중요한 동력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탓이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에도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NH투자증권이 인수금융 사업을 시작한 시점은 MBK가 네파를 인수한 2013년이다. 당시 NH증권이 MBK의 우군으로 나섰다. 당시에도 M&A 자문을 수행하면서 투자자를 모집할 뿐 아니라 5000억원의 인수금융 투자확약서(LOC)를 발급해주면서 거래 성사를 견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MBK 김병주 회장과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사장의 인연도 시작됐다는 평가다. 김 회장이 NH투자증권의 전신인 우리투자증권 IB부문 대표로 있던 정영채 당시 사장의 거래 실적과 적극적 면모를 눈여겨보며 신임했다는 업계 분석이다. 정 전 사장은 우리투자증권 IB부문 대표를 거쳐 NH투자증권에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홈플러스 인수금융단에 NH투자증권이 참여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15년 전체 거래금액 7조2000억원의 60%에 육박하는 4조3000억원규모 선순위 대출을 제공해준 금융기관 가운데 한 곳이 NH투자증권이다.

이밖에도 NH투자증권은 MBK가 △골프존카운티 △오스템임플란트 △메디트 △다이닝브랜즈그룹(옛 BHC그룹) 등을 인수할 때마다 자금줄이 됐다. 자연스럽게 인수금융 주관 트랙레코드(Track-Record)를 쌓으면서 시장 입지를 구축하기도 했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지난 2023년 MBK가 유니슨캐피탈과 손잡고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 인수에 나섰을 당시 NH투자증권은 1조원 규모의 대출확약서를 발급해주며 자금 숨통을 틔워줬다. 메디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는 296억원 차입을 제공했다. 또 다이닝브랜즈그룹의 지주사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에 369억원을, BHC에는 70억원을 대출했다.

지난해에는 MBK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NH투자증권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당시 MBK가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 쓴 자금 1조5657억원 가운데 75%인 1조1775억원을 NH투자증권에서 조달했다는 것이다.

양사의 인연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홈플러스 사태를 둘러싸고 홈플러스 카드대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TB) 발행과 판매로 피해를 입은 신영증권·유진투자증권·하나증권·현대차증권이 김광일 MBK 부회장을 비롯한 홈플러스 경영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NH투자증권은 불참했다. NH투자증권은 하나증권 다음으로 홈플러스 ABSTB 물량을 많이 소화한 기관이지만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MBK가 홈플러스사태로 정부 관계당국의 강도 높은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례로 오는 6월 MBK가 고려아연 적대 인수를 위해 NH투자증권에서 실행한 대출의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차입 만기 연장 여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로 자칫 NH투자증권 스스로 피해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MBK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은 홈플러스 사태와 양사의 밀월관계가 별개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양사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리스크를 자처할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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