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한국 정부가 구축한 고정밀지도로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면 국내 공간정보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구글이 요청하는 1대5000의 고정밀지도는 디지털트윈 등 다양한 첨단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만큼 정교하다. 또한 국내 공간 정보산업은 99%가 중소기업으로 구성된만큼 산업 자체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가 발간한 공간정보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공간정보 사업체 수는 5955개로 이 중 98.4%는 중소기업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10억원 미만 기업 또한 56.3%에 달했다.
공간정보 산업은 지리적 위치와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 처리, 가공, 관리, 유통하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시스템을 제공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과거 전통적인 측량에서 시작해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하며 디지털화된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진화해왔다. 우리나라 공간정보 산업은 2006년 '중소기업 간 제한경쟁' 대상으로 지정돼 중소기업 위주로 성장했다. 2021년 이후 대규모 사업에 한해 대기업 참여가 허용됐지만 대기업의 실질적인 참여는 여전히 적다.
공간정보 업계는 구글이 1대5000 축척의 고정밀지도를 무상으로 획득하면 국내 공간정보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구글은 자금을 들이지 않고 고정밀지도를 획득한 뒤 다양한 첨단기술에 투자하면서 국내 공간정보 업체를 고사시킬 수 있다. 정부 또한 공간정보 산업에 대한 지원을 줄일 수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종욱 안양대 교수(대한공간정보학회장)는 “국내 공간정보 기업은 수치 지형도나 디지털 트윈 제작해서 국가에 납품하고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고정밀지도 반출시 결국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구글이랑 글로벌 기업이 국내 공간정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공간정보 산업은 지도 그 자체가 수익화의 원천이 되기보다는 지도를 기반으로 한 건설, 스마트폰 등 위성항법시스템(GPS) 관련 기기, 증강현실(AR),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드론 등이 접목돼 관련 부가가치가 커지고 있다. 구글에게 공간정보 관련 첨단 산업을 뺏길 수 있다.
국내에서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기업인 티맵모빌리티나 네이버, 카카오도 안전지대에 있지는 않다. 구글이 국내에서 내비게이션과 AR 등 서비스를 본격화 할 경우 치열한 서비스 경쟁을 벌여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은 이미 현대차 등과 협력하고 있어 국내 시장 진입을 위한 채비는 마쳤다. 구글과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북미에서 판매하는 차량 내비게이션에 구글 지도를 탑재하기로 했다. 구글은 고정밀지도 국외반출 요청서에서 “정작 한국에서는 국내용 내비게이션을 별도로 개발해 설치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글이 고정밀지도를 국내 반출에 허용하면 국내 현대차에서도 구글의 지도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