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이산화탄소를 더 오래, 많이 '잡아먹는' 획기적인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
포스텍(POSTECH) 김진곤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한정우 서울대 교수 연구팀과 협력해 이산화탄소를 산업에 유용한 일산화탄소로 바꾸는 촉매 성능과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
'단원자 촉매'는 금속 원자를 개별적으로 탄소 지지체 표면에 배치해 촉매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마치 넓은 들판 위에 가로등들이 정교하게 배치된 것처럼, 촉매 활성 부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 전환 반응에서는 금속 활용도와 반응 선택성을 높일 수 있지만 탄소 지지체의 어떤 특성이 실제로 촉매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 지지체 핵심 요소인 '다공성'과 '전자전도성'이 이산화탄소 전환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다양한 형태의 질소 도핑된 다공성 탄소 지지체를 설계한 다음, 니켈(Ni) 단원자 촉매를 고정해 성능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 결과, 낮은 전압에서는 전자전도성이 높은 지지체가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변환시키는 선택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면, 높은 전압에서는 다공성 구조가 촉매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또 넓은 전압 범위에서 90% 이상의 높은 전환 효율을 보였다. 10시간 이상 작동한 후에도 우수한 내구성을 입증했다.

특히, 연구팀이 개발한 최적의 촉매는 질소가 포함된 다공성 그래핀 기반 탄소 지지체를 활용, 기존의 2D 그래핀이나 질소가 없는 다공성 탄소 지지체 대비 뛰어난 이산화탄소 전환 성능을 보였다.
김진곤 교수는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단원자 촉매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를 규명했다”며, “이번 연구는 이산화탄소 저감뿐만 아니라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반응, 연료전지 산소 환원 반응 같은 다양한 에너지 전환·저장 기술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창의후속연구사업,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영국왕립화학회에서 발간하는'저널 오브 머티리얼즈 케미스트리 에이(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