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자가 노벨상 수상자와의 협력을 통해 인공지능(AI)으로 설계한 단일 인공 단백질만으로 바이러스 껍질과 유사한 대형 나노 구조체를 구현했다. 자연 바이러스의 '준대칭성' 원리를 인공 단백질 설계에 적용해 기존 단백질 나노케이지 한계를 넓힌 성과로, 향후 약물·유전물질 전달체와 백신 플랫폼 개발에 활용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상민 포스텍(POSTEC) 교수가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이 같은 설계 원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단백질 나노케이지는 여러 단백질이 스스로 결합해 만든 나노미터(㎚) 크기의 속이 비어 있는 구조체로서, 최근 바이오·의학 분야에서 차세대 약물 전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 설계하는 기술은 완벽한 대칭 구조 구현에 의존해 크기와 형태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반면 자연계 바이러스는 동일 단백질을 반복 활용하면서도 위치별 미세한 구조 차이를 통해 거대한 껍질을 형성한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이런 준대칭성 원리를 설계에 적용했다.
연구팀은 단백질 3개가 결합한 삼량체를 기본 블록으로 설정하고, AI 기반 단백질 구조 생성 도구 '알에프디퓨전(RFdiffusion)'을 활용해 서로 다른 각도로 결합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이후 대장균을 통해 실제 단백질을 제작하고 극저온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단백질들이 스스로 조립돼 최소 70나㎚에서 최대 220㎚ 크기의 둥근 구조체를 형성하는 것을 확인했다.
가장 작은 구조체는 축구공 형태를 보였으며, 큰 구조체는 이보다 3배 이상 큰 규모로 구현됐다. 연구팀은 자연계 바이러스 단백질을 재활용하지 않고 AI로 새롭게 설계한 단일 인공 단백질만으로 대형 구조체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향후 표적 약물 및 유전물질 전달체, 백신 항원 제시 플랫폼 등 바이오·의학 분야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확장성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내부 지지 단백질이나 핵산 등을 주형으로 활용해 구조체 크기를 균일하게 제어하는 후속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상민 교수는 “바이러스는 완벽한 대칭만이 정교한 분자 구조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 아님을 보여주는 최고의 자연 모방 대상”이라며 “분자 타일 사이 미세한 각도 변화가 평평한 판을 거대한 돔으로 바꾸듯, 단백질 블록 국소 구조를 조절함으로써 최종 조립체 크기와 형태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네이처(Nature)에 20일(현지시간 기준) 게재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