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 19일, 미국에선 18일로 같은날 인공지능(AI)반도체 시장에 한국과 미국의 간판 기업들이 또 한번 거대한 기술적 진보를 함께 내디뎠다. 글로벌 AI반도체 대가인 미국 엔비디아가 오는 2028년까지 세계 AI 데이터센터 공급을 위해 내놓을 AI 반도체 로드맵을 제시했다. 때맞춰 SK하이닉스는 현존하는 최고성능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또 한계단 올라선 6세대 'HBM4' 12단 제품을 최초 선보였다.
두 회사가 가는 길은 글로벌 AI반도체 분야에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길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말 블랙웰 양산에 이어 올해 블랙웰 울트라-내년 루빈-2027년 루빈 울트라-2028년 파인만으로 이어지는 AI반도체 출시 로드맵을 공식화했다. 주목할 것은 매년 제품이 업그레이될 때마다 HBM 용량이 비례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일례로 2027년 하반기 나오는 루빈 울트라는 현 블랙웰 대비 다섯배나 많은 HBM 용량이 요구된다고 한다.
연산 속도라 할수 있는 AI 추론(FP4) 성능이 워낙 폭증하다보니,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붙어 연산성능을 극대화하는 HBM을 더많이 탑재해야하는 셈이다. 블랙웰 추론성능은 10페타플롭스(PetaFLOPS)로 초당 100조번 연산을 수행하지만, 루빈 울트라는 100 페타플롭스로 초당 10경번 연산을 감당하게 된다. 좀 이른 얘기긴 하지만, 업계에선 AI 반도체 성능 향상과 HBM 소요 상관관계를 따져 예전 반도체기술에서 '무어의법칙' 같은 것이 나올수 있다는 얘기까지 돈다.
SK하이닉스의 HBM 기술 향상도 독보적이다. 이날 공개된 HBM4는 1초당 2테라바이트(TB) 이상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대역폭을 구현해 직전 양산 제품인 HBM3E 보다 60% 이상 빠르다. 풀HD급 영화(5GB) 400편 이상을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국내외 주요 경쟁사 대비 최소 6개월 빠른 제품 공개와 양산시기 발표로 차세대 AI반도체용 HBM에서 가장 빠른 앞자리 우대권을 움켜쥐고 갈수 있게 됐다.
AI반도체용 세계최대 HBM 수요기업과 HBM 공급기업이 같은날 내놓은 신제품과 향후 라인업은 짜맞춘 듯 필요충분 조건을 채워가고 있다. 특히 HBM 주도의 AI반도체 성능향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임이 분명해졌다. 한-미 대표 주자들의 나란한 기술적 진보가 양국 반도체 협력의 금자탑이 되길 기대한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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