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파괴 방식이 불가피했던 지방간 치료 신약 개발용 인공장기를 비파괴식 활용하는 연구 성과가 나왔다. 인공장기 하나를 손상없이 계속 사용하며 간 질환 진행 경과를 연속 측정하는 연구가 가능해졌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영국)은 김현우·배명애 박사팀이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을 모사한 인공장기를 개발하고,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며 조직 강도를 정량 측정할 수 있는 나노 탐침 기반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간 질환 신약 개발은 질환 모사 인공장기에 후보약물을 투입하고 반응을 측정·분석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인공장기 전체를 파괴될 때까지 누르면서 경도를 측정하는 식이다. 또 인공장기를 고정하고자 약품 처리로 죽이는 과정도 거친다.
장기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계속 측정이 불가능하다. 약물 투입 후 경과 측정이 불가능한 것이다. 특정 위치 경도 정보도 얻을 수도 없었다.
연구팀은 나노 단위 미세 압력으로 좁은 영역을 선택적으로 누르고 측정값을 분석하는 계산식을 개발, 인공장기를 파괴하지 않고 위치별 경도를 정량 측정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지방이 쌓인 곳에서 강한 빛이 나오도록 인공장기에 형광염료를 염색해 위치를 찾고, 나노 탐침으로 해당 부위에 미세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택했다.
나노 탐침이 인공장기를 누를 때 휘어지는 정도를 탐침 표면 레이저 반사로 정밀 측정하고 계산식으로 분석하면 지방 축적에 따른 경도 변화를 '영률(Young's modulus)'이라는 정량 수치로 측정할 수 있다.
5마이크로미터(㎛) 내외 얕은 깊이만 눌러 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 또 인공장기가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배양액 내에서도 적용 가능하다.
연구팀은 향후 하나의 인공장기를 활용하는 간 질환 진행 단계별 약물 효능 평가 기술도 만들 계획이다.
이번 연구 논문은 지난해 12월 국제 학술지 'ACS 생체재료 과학 및 공학'에 게재됐다. 김현우·배영애 박사가 교신저자로, 신대섭 연구원이 1저자로 참여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