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트럼프 2.0 디지털 달러 전략

“나는 변동성이 매우 크고 허공에 기반을 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팬(fan)이 아니다. 규제되지 않은 암호자산은 불법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

6년 전 도널드 트럼프가 남긴 이 말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가상자산(암호화폐)을 비판했던 그는 이제 '친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하며 미국의 새로운 금융 전략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추진할 스테이블코인 규제 완화 정책은 달러 패권 강화를 위한 치밀한 포석이다. 유에스디코인(USDC), 테더(USDT) 등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자산 거래의 기축통화로 자리 잡으면서 미국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준비금의 상당 부분을 미국 국채로 보유하고 있어, 시장이 확대될수록 미국의 재정 안정성도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국제 무역과 송금 거래에서도 스테이블코인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을 대체하면서도 여전히 달러를 기준으로 한 거래가 이뤄지면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달러 패권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트럼프 2.0 디지털 달러 전략 움직임에 발맞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2차 가상자산위원회에서 제시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준비자산 관리의무 부과, 이용자 상환청구권 보장은 기본 안전장치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제 당국과 규제행위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지급결제시스템의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의 긴밀한 공조는 필수다. 국내 금융기관의 디지털자산 수탁 및 거래 서비스 확대, 스테이블코인 기반 국제 송금 체계 구축,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의 연계 방안 등 포괄적인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 표준화에 대응해 국내 제도와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가 향후 국가 금융 경쟁력을 좌우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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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민 디지털금융본부 기자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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