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M&A부터 비만 치료제까지” JP모건 헬스케어에서 본 바이오 산업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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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25 현장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25'(JPM)는 대형 인수합병(M&A) 소식을 시작으로 비만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 경구용 신약 개발 경쟁 등 제약바이오 분야 최신 트렌드가 집중 논의됐다. 또 SK·롯데·셀트리온 그룹 2·3세가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래 먹거리로서 '바이오' 산업 중요성을 재확인시켰다.

◇대형 M&A와 투자 소식 쏟아져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를 흔들 대형 M&A와 투자 소식이 이어졌다. 존슨앤드존슨(J&J)은 조현병 치료제 '카플리타'를 보유한 인트라셀룰라 테라퓨틱스를 약 146억 달러에 인수하며 중추신경계(CNS) 질환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일라이릴리(Eli Lilly)는 항암제 전문기업 스콜피온 테라퓨틱스를 25억 달러에 인수하며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희귀 종양 치료제를 개발 중인 IDRx를 11억5000만 달러에 인수해 위장관기질종양(GIST)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럽 제약사와 14억 달러 규모 초대형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비만치료제, 시장 기대치 미달에도…이제 시작

올해 JP모건 헬스케어에서 다뤄진 주요 주제 중 하나는 비만치료제 시장 '급성장'이었다. 놀라운 성장 속에서도 일라이릴리 비만치료제 매출은 시장의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해 콘퍼런스가 열릴 때 주가가 하락했다. 그럼에도 일라이릴리는 비만치료제 시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릴리 CEO는 메인트랙 발표에서 “2024년 회사 매출이 32% 성장했지만, 이는 회사나 투자자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수치”라면서 “하지만 이번 회계연도는 이 산업에서 크기, 규모, 성장률 면에서 전례 없는 해였다”고 설명했다.

일라이릴리는 4분기 매출 전망을 약 135억 달러로 수정했는데, 이는 이전 매출 전망치보다 약 4억 달러 낮은 수치다. 그럼에도 이같은 상황이 비만치료제 수요 둔화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이 초기단계라면서 “비만치료제 성공은 새로운 카테고리를 계속 개척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일라이릴리는 경구용 젭바운드 임상시험 3상 결과를 올해 2분기 공개한다. 릭스 CEO는 “경구용 젭바운드의 임상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오면, 몇 주 안에 허가 신청을 진행해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일본 등에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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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25

◇편리한 경구용 신약 개발 경쟁

화이자는 비만치료제 시장에 '경구용'으로 재도전장을 냈다. 주사제형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경구용으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메인트랙 발표에서 “비만치료제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다누글리프론 3상 연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3년 12월 2회 복용 버전의 프로그램이 중단된 후 하루 한 번 복용 버전으로 전환했다”면서 “환자에게 보다 편리한 대안(경구 약물)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일라이릴리가 인수한 스콜피온 테라퓨틱스가 가진 PI3Kα 억제제 후보물질 'STX-478'는 경구용이다. 악성 B세포에서 과발현되는 PI3Kα를 표적한다. 현재 임상 1/2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일라이릴리는 이미 경구용 유방암 치료제 '버제니오'를 보유하고 있다. 'STX-478'를 추가 확보하면서 경구용 유방암 치료제 시장을 이끌어 나가겠단 계획이다.

◇K바이오 기업 존재감 뚜렷

9년째 콘퍼런스에 참가해 메인 트랙 발표를 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콘퍼런스에서 유럽 제약사와 14억1011만달러 규모 위탁생산(CMO) 빅딜 성사를 알렸다. 지난해 전체 수주 금액 40%에 해당하는 것으로 단일 계약 건으로는 2011년 창사 이후 최대 규모다.

셀트리온은 신약 개발 로드맵을 공개했다.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 회사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올해 ADC 신약 3건과 다중항체 신약 1건을 임상시험계획(IND) 제출할 예정이다.

국내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다수 보유한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력 기회를 모색하며, GLP-1 기반 신약 개발 및 파트너십 논의를 진행했다. 한미약품은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삼중 작용제인 'HM15275', 지방은 감소하고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HM17321' 등을 갖고 있다.

◇SK·롯데·셀트리온 오너가 2·3세 주목

SK·롯데·셀트리온 오너가 2·3세가 콘퍼런스를 방문하며 높아진 바이오 산업 위상을 확인시켰다. 창업주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는 전년에 이어 올해도 메인트랙 발표를 맡으며 얼굴 도장을 찍었다. 전년보다 여유있는 모습으로 발표를 주도했다. 서 대표는 카이스트 박사 출신으로 2014년 셀트리온연구소 입사 후 제품개발부문장, 미래전략 총괄 등을 맡아왔다.

SK그룹 오너가 3세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도 콘퍼런스를 찾았다. 올해 3년 연속 방문이다. 최 본부장은 SK바이오팜 사업개발, 전략투자 등을 이끌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은 올해 처음 콘퍼런스를 방문했다. 글로벌 바이오 산업 최신 동향과 기술을 살펴보고 글로벌 빅파마들과 미팅을 진행했다.

◇AI·디지털헬스케어·희귀질환 시장도 주목

이 외에도 올해 콘퍼런스에서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헬스케어,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 등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AI 기술이 신약 개발, 임상시험 최적화 및 비용 절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엔비디아 및 주요 데이터 기업들이 AI 활용 사례를 발표했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글로벌 시장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았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희귀의약품 지정 수가 증가하고 있다.

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은 “올해 비만치료제 외에도 희귀질환 관련 미팅이 유독 많았다”면서 “희귀질환이 갖고 있는 유니크한 특징들 때문인 거 같고, 중간 규모 이상의 파마들이 관심을 많이 보여 특화된 미팅을 했다”고 전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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