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 홍수, 가뭄 등 기상이변이 잇따르면서 인류가 체감하는 기후 위기의 무게도 점차 커졌다. 그런데 지구 대기로 들어오는 CO₂는 우주 밖에서 새로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지각이나 생물권에 있던 탄소가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인해 급격히 대기로 이동하면서 자연적 탄소 순환이 깨진 결과라는 점이 핵심이다.
이런 가운데, 탄소 포집 및 활용(CCU) 기술은 대기로 유출된 CO₂를 다시 자연 상태에 가깝게 되돌리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는(Joule 2024 ), CO₂를 유기산, 알코올, 합성연료 등 플랫폼 화합물로 전환하는 공정을 통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또 CO₂를 고체 화합물로 바꿔 CO₂를 반영구적으로 격리하려는 시도 역시 활발히 이뤄지는 중이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새로운 소재 개발과 같은 부가가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그동안 포집 기술은 주로 발전소나 공장 굴뚝 등 대규모 배출원에서 발생하는 CO₂를 직접 흡수·흡착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직접 공기 포집(DAC) 기술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대기 중에 희석된 상태의 CO₂를 흡착제나 흡수제를 이용해 직접 제거함으로써 온실가스를 줄이는 동시에, 화학·소재·연료 등 산업 현장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DAC로 확보한 CO₂를 고체 화합물, 즉 플라스틱 전구체나 고분자 소재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주목할 만하다. 기체 상태의 CO₂를 화학 반응을 통해 가공하면, 폴리우레탄이나 에틸렌 카보네이트 등 산업적으로 중요한 합성물질의 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Nature Synthesis, 2024 ). 이렇게 만들어진 화합물은 반영구적으로 탄소를 저장하면서도 활용도가 높아, 건축·의료·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 DAC를 통해 포집한 CO₂를 견고한 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이 확산되면, 기후 위기 대응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단순히 CO₂ 농도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탄소를 유용한 형태로 '활용'함으로써 기술·경제·환경 전반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CCU 및 DAC 관련 연구가 더욱 심화되고, 정책적·산업적 지원이 뒤따른다면,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 문제를 완화하면서도 미래 산업을 견인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도 이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여러 기관과 연구팀이 뛰어들고 있다. 그 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주도로 진행 중인 'DACU' 과제(책임자:이현주 책임연구원)가 대표 사례다. 공기 중에서 직접 포집한 CO₂를 고부가가치 소재인 플라스틱 전구체로 전환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의 굴뚝 포집(CCS) 방식과 달리, 훨씬 넓은 영역에서 대기 중 CO₂를 포집하고 이를 곧바로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형태로 바꿔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값비싼 CO₂ 탈거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기존 기술보다 경제성이 높다는 점도 돋보인다. 상용화가 이루어진다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솔루션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DAC를 포함한 CCU 기술만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를 재생 가능 자원으로 전환하는 등 근본적인 감축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이미 배출된 CO₂를 원재료로 삼아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CCU 기술이 지닌 최대 강점이다. 특히 KIST의 DACU 사업이 성과를 내, DAC로 포집한 CO₂를 다양한 화합물로 만들어내고 이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동안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폐기물'로 여겨졌던 CO₂가 오히려 '자원'으로 재평가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CO₂를 탄소원으로 활용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기후변화 문제 완화는 물론이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등장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와 인프라 구축,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과감한 도전과 협업이 이어진다면, DAC과 CCU가 결합된 DACU 기술이 주도하는 탄소중립 시대가 머지않아 눈앞에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웅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 ulee@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