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8.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자급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8.6세대 유리기판과 파인메탈마스크(FMM) 등 핵심 부품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연일 나오고 있다.
벵부 차이나는 국책 연구소와 8.6세대 OLED 유리기판 제품에 대한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고, 종링 테크놀러지는 대형 OLED용 메탈스트립 8세대 FMM의 시범양산에 성공했다고 공개했다. 중국 업체들의 제품이 얼마나 신뢰성 있는지를 떠나 경계할만한 대목이다.
8.6세대 OLED는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기술이다. 세대는 유리원장의 크기를 의미하는데, 크기가 커질수록 하나의 원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패널 수가 늘어나 패널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업체들이 8.6세대 투자에 나선 가운데, 한·중 간 소부장 국산화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국내 업계다. 지난해 국산 증착기를 수주한 선익시스템처럼 성공사례도 있지만 핵심 소부장에 대한 국산화는 여전히 과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디스플레이 소부장 국산화율은 71.5%로 높은 편이지만, 일본 업체가 전체 시장을 95% 이상 장악하고 있는 FMM과 같은 핵심 소부장에 대해서는 의존도가 높은 형국이다.
업계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OLED 기술 격차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한다. 애플의 아이폰에도 고부가 패널인 저온다결정실리콘산화물(LTPO)은 한국 OLED가 전량 들어가고 있고, 첫 IT OLED 제품인 아이패드 프로에도 국내 업체들이 선전했다.
하지만 패널 기술부터 소부장까지 자본과 개발 인력을 투입해 추격해오는 중국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 한국 소부장 업계가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정부 차원 지원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정부 지원을 업은 중국에 대응해 우리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당면한 숙제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