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보관은 전 세계 원전 사용 국가의 숙제다. 국내에서도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시설을 준비 중인데, 핵연료 모니터링이 핵심인 시설 내부는 방사성 물질이 있어 실제 온도 측정이 어렵다. 그래서 보수적으로 온도를 추정해 왔지만, 국내 연구진이 해결법을 찾아 주목받는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운반저장기술개발실이 건식 저장시설 환경을 모사한 '사용후핵연료 건식 캐니스터 열시험 장치'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해당 장치 열 데이터로 실제 건식 저장시설 내부의 온도를 정확히 산출할 수 있게 됐다.
건식 저장시설은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1차 차폐 용기인 캐니스터에 사용후핵연료와 열을 순환시키는 헬륨가스를 넣어 운영한다.
이에 연구팀이 건식 캐니스터 열시험 장치 개발에서 주목한 것은 '모의 집합체 발열 조절'과 '헬륨 상태 유지'다.
먼저 내부 온도를 모사하기 위해 모의 사용후핵연료 집합체를 제작했다. 핵연료봉 내부에 전기장치(히터)를 삽입해 발열하는 모의 히터봉 236개를 만들어 실제 핵연료집합체와 유사한 모의 집합체 하나를 제작했다. 히터는 외부의 장치를 통해 전기가 공급된다.
이와 함께 내부에 헬륨을 공급하는 외부 기계와 캐니스터를 연결해 건식 저장시스템을 구현했다. 모의 핵연료봉에는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열전대를 부착해 외부에서도 건식 저장 시스템 내부의 온도 분포를 직접 계측할 수 있게 설계했다.
헬륨은 조그마한 틈이 있어도 외부로 누출되기 쉬워 장치를 완벽하게 밀폐해야 정상적인 실험이 가능하다.
이에 연구팀은 캐니스터 내부에 총 80개 열전대와 히터 236개에 달린 전기선을 외부로 빼면서도 빈틈을 완벽히 차단하는 캐니스터 뚜껑도 자체 제작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열시험 장치는 건식 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의 온도를 안전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한 장치로 모의 핵연료집합체의 발열을 조절하며 핵연료 피복관 온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측정하고, 외부 온도도 함께 측정해 외부 온도와 내부 핵연료 온도의 상관관계를 파악했다.
실제 건식 저장 중인 저장시스템 외부 표면온도를 기준으로 내부 사용후핵연료의 온도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원은 향후 해당 시험 장치를 이용해 다양한 열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험 DB는 국내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 인허가 해석모델 검증 데이터로 활용하고, 현재 사용 중인 보수적인 예측 모델을 개선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안전한 범위 내에서 사용후핵연료를 효율적으로 배치해 경제적인 손실도 줄일 수 있다.
유승환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개발로 건식 저장시설의 열적 안정성 평가에 큰 기여를 해 기쁘다”며, “사용후핵연료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