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검정 절차가 오는 29일 마무리된다. 검정을 통과한 AI디지털교과서는 교원과 학부모, 학생들 앞에 첫 선을 보인다. 각 학교에서는 내년부터 사용할 AI 디지털교과서를 선정하는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 선정을 돕기 위해 학교 현장에 전시회와 체험 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각 학교는 초중등교육법과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AI디지털교과서를 필수적으로 선정해야 한다.AI 디지털교과서가 현장에서 안착하고, 수업 혁신을 이끌려면 각 학교의 교육과정 목표에 부합하는 교과서가 선정돼야 한다.
전자신문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과 함께 'AI 디지털교과서 선정 관련 현장 의견 수렴 간담회'를 열고 학교의 상황에 맞는 좋은 AI 디지털교과서를 고르기 위한 기준을 모색했다.
좌담회는 정제영 KERIS 원장을 좌장으로 교사노동조합연맹 민재식 교섭실장, 실천교육교사모임 안지훈 특수정책자문위원, 한국교총 조재범 현장대변인, 터치교사단 조현식 부산 포천초등학교 교사, 공주교대 도재우 교수가 참석했다.
△정제영=참여 중심 수업에 용이해야 한다는 현장의 의견도 많이 들려온다. AI디지털교과서가 학생의 주도성을 높여주는 도구여야지, 타율적인 도구여서는 안된다는 관점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AI디지털교과서를 본다면 선정할 때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할까.
▲민재식=학생 간의 상호작용 또한 중요하다. 프랑스의 교육을 위한 디지털 계획 방안을 보면 5개의 디지털 역량 가운데 '의사소통과 협업' 역량이 있다. 챗봇이나 음성인식 질문하기처럼 교사와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과 함께 학생들이 모둠활동을 할 때 상호작용을 잘 하고 있는지, 잘 안이뤄지고 있다면 교사가 개입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게이미피케이션처럼 흥미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있었으면 좋겠다. MIT 소재 미디어랩에서는 AI핑퐁게임, 미래 모습 상상하기처럼 흥미를 높일 수 있는 것들을 제공한다.
▲조재범=학생들의 자기 목표 설정은 서책형에서도 할 수 있는 만큼 AI디지털교과서에도 이를 설정하고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학생의 흥미를 높인다는 점에서 게이미피케이션 도입이 좋다. 메타버스 형식을 넣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영어나 수학의 일부 단원은 증강현실(AR) 기능을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학생 참여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조현식=자기 주도성 측면에서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 스스로가 설정한 한계 상황에서 10%, 20% 수준을 올린 도전 과제들이 제시되는 게 동기를 유발한다. 나이대에 따라서도 어릴수록 외적 흥미가 높을 때 학습이 강화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내적 흥미를 부여한다는 측면이 있다. 저학년은 점수 부여처럼 외적인 보상을 해주고 올라갈수록 성공 경험을 주는 등 발달 단계에 맞춘 설정이 필요하다.
△정제영=학교마다, 학생마다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학교에서 어떤 교과서를 선정했고, 어느 출판사의 교과서는 점유율이 몇 퍼센트다보다는 학교에 맞는 AI디지털교과서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접근성과 포용성, 개인정보보호 등도 선정 기준으로 중요하다고 보여진다.
▲안지훈=포용성 측면에서 모든 학생의 평등한 학습 참여를 위해 다양한 기능이 꼭 제공돼야 한다. 장애를 가진 학생, 느린 학습자 등 교육적인 어려움을 가진 학생들을 위한 접근성과 포용성이 필요하다.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음성 지원 기능과 저시력 학생을 위해 글자의 크기와 대비를 조절하는 기능, 청각장애 학생을 위해 실시간으로 자막을 제공하는 기능, 다국어 지원 등은 기본적으로 탑재돼야 하는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신체적인 제약성을 가진 학생들에게 보조공학기기를 통해 다양한 입력방식을 지원하는 것도 접근성과 관련해 확인해야 하는 포인트다. 느린학습자를 위해서는 내용을 단순화해 핵심 개념을 제공할 수 있는 채널도 필요하다.
▲도재우=AI디지털교과서 선정을 위한 체크리스트가 나오면 개발사들도 이를 많이 봐야 한다. 특히 AI디지털교과서에 사용된 알고리즘이나 데이터 보호 등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교과서 개발사들은 AI 디지털교과서를 설명할 때 어떤 교육적 의도와 설계가 내재돼 있는지를 포함해 설명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기능 설명을 넘어 어떤 교육 철학을 가지고 개발했으며,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데이터 보호는 어떻게 할 것인지, 선생님들은 AI 디지털교과서 선정에 필요한 정보를 요청할 권리가 있으시다.
▲민재식=선생님들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AI디지털교과서를 인식했으면 한다. 교사들의 인식 유형을 보면 '방향성 제시-부작용 우려-수용'으로 나뉜다. 반대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방향성 제시 쪽으로 인식을 개선해주시면 어떨까 한다. 보다 열린 마음으로 교과서 선정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하고 싶다.또한 선생님들이 '나도 해볼까'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