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개인사업자는 CEO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최근 CEO보험 판매 관행에 대한 시장과 금융감독원 우려가 커지자 생명보험사들이 연이어 판매 중단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명 CEO보험으로 불리는 경영인 정기보험은 기업 경영자 사망 등 갑작스러운 유고 상황에 대비하는 보험을 말한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번주부터 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는 개인사업자 대상 경영인 정기보험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지난주엔 선제적으로 가입을 제한해 온 KB라이프가 판매 중지를 결정했으며, 삼성생명은 20일부로 중단할 예정이다. 교보생명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
대형 보험사를 시작으로 중소형사도 판매 중지를 예고했다. 다음주엔 푸본현대생명이 개인사업자 가입을 제한할 예정이며, 메트라이프생명 등도 논의중인 상태다.
개인사업자 CEO보험 가입이 막힌 건 해당 상품이 불완전판매, 수수료 리베이트, 탈세 등 악용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주로 법인 경영인에게 판매되던 상품이 개인사업자에게 판매되면서 불건전 영업이 지속되고 있다.
영업 현장에서 CEO보험은 보험료 전액을 비용 처리할 수 있어 법인세를 줄이고, 사망보험금은 유족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판매됐다. 비용을 인정받으려면 세법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해약환급금 수령땐 법인세가 부과됨에도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였다.
특히 보험설계사가 CEO에게 자신이 받은 판매수수료 일부를 지급하는 불법영업 사례도 있었다. 보험대리점(GA)이 CEO의 자녀를 설계사로 등록해 수억원 상당 수당을 지급하는 일명 '컴슈랑스(Company+Insurance) 영업'이란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이에 금감원도 생보사 대상으로 경영인 정기보험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는 등 강도 높은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엔 개인사업자 판매 비중이 높고 차익거래 발생 가능성이 높은 보험사와 GA에 대한 연계 검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수수료 부당지급이나 특별이익 제공 위반 등 위법행위에 대해 법상 허용되는 최대 수준의 제재를 내리겠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CEO보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생보사들이 자체적으로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올해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부 생보사에서 10년 이상 영업을 지속해 온 개인사업자에게만 상품을 판매하는 등 제한된 형태로 상품을 운영해 왔고, 이달부터는 업계가 전체적으로 중단하고 있다”며 “높은 환급률과 절세 효과 등을 강조한 영업이 확대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의 조치”라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