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AIDT 선택은] “학습 데이터 구현·수업 재구성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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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지털교과서 신청 교육현장 지원을 위한 좌담회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민재식 교사노조 교섭실장, 조현식 부산 포천초 교사, 정제영 KERIS 원장, 조재범 한국교총 현장대변인, 안지훈 실천교육교사모임 특수정책자문위원, 도재우 공주교대 교수가 기념촬영 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검정 절차가 오는 29일 마무리된다. 각 학교에서는 검정을 통과한 AI 디지털교과서를 선정하는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 선정을 돕기 위해 학교 현장에 전시회와 체험 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각 학교는 초중등교육법과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AI 디지털교과서를 필수적으로 선정해야 한다.

AI 디지털교과서가 현장에서 안착하고, 수업 혁신을 이끌려면 각 학교의 교육과정 목표에 부합하는 교과서가 선정돼야 한다.

전자신문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과 함께 'AI 디지털교과서 선정 관련 현장 의견 수렴 좌담회'를 열고 학교의 상황에 맞는 좋은 AI 디지털교과서를 고르기 위한 기준을 모색했다.

좌담회에는 정제영을 좌장으로 교사노동조합연맹 민재식 교섭실장, 실천교육교사모임 안지훈 특수정책자문위원, 한국교총 조재범 현장대변인, 터치교사단 조현식 부산 포천초등학교 교사, 공주교대 도재우 교수가 참석했다.

학습자 중심 수업의 기회…2022 개정 교육과정의 ‘실천 도구’

▲정제영 KERIS 원장(좌장)=AI 디지털교과서 검정 절차가 막바지다. AI 디지털교과서가 공교육 현장의 변화에 미치게 될 영향이 교과서 선정의 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큰 틀에서 AI 디지털교과서에 어떤 기능이 학생과 교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조재범 한국교총 현장대변인 =AI 디지털교과서는 교수자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수업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다. 교사가 중간에 편집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수업 계획의 유연성이 높아진다. 업무 경감 부분에서는 평가, 채점 등 일상적 업무를 AI보조교사가 도와주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학생도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흥미를 유발 시키는 학습 환경을 제공해 상호작용이 강화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조현식 부산 포천초 교사(터치교사단)=개정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과정중심평가는 그 동안 학교 현장에서 하기를 원했지만 환경이 구축되지 않아 하지 못했던 부분이 컸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도입은 선생님들에게 부담이었던 과정중심평가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은 교사 혼자 한 개 차시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학생 개인별로 일일이 지도하는 건 한계가 있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도입은 개별화 교육이 가능해지도록 한다. 개별화 교육이 이뤄지면 수준에 맞는 과제를 부여받고, 학습 실패 경험을 쌓기보다 문제 해결 경험을 쌓으면서 의욕이 생기고 자기주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제영=내년에는 2022 개정 교육과정도 전면 도입된다. 교육과정에 맞는 교과서를 선택하는 것은 학교 입장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학교 현장의 큰 변화에 대해 AI 디지털교과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도재우 공주교대 교수ㅠ=AI 디지털교과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실천을 도와주는 도구다. 디지털 소양과 맞춤형 교육 실천, 학생 맞춤형 평가와 에듀테크 역량 강화 등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이미 포함된 사항들이다.

AI 디지털교과서가 없다면 선생님들은 오히려 더 고민하실 수 있다. 교사 개인이나 한 학교만의 노력으로 학생의 사전 학습 수준을 진단하려 했다면 외부의 에듀테크를 써도 될지부터 고민해야 했을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는 공교육에서 검인정을 받은, 신뢰할 수 있는 도구가 들어오는 것이다. 써야만하는 도구가 아니라 '실천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안지훈 실천교육교사모임 특수정책자문위원=2022 교육과정은 교사의 주도성과 학생 주도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AI 디지털교과서를 선정할 때도 이를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과 성취 기준을 구현했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각 학생의 학습 속도가 다르고 선호하는 학습 방식도 다르다.

수업 재구성으로 사교육과 차별화…데이터 보며 ‘어떤 피드백’ 고민해야

▲정제영=AI 디지털교과서는 선생님이 사용의 주체고, 그렇기 때문에 사교육에서 사용하는 코스웨어와는 달라야 한다. 다양한 교수법을 지원할 수 있는지가 구현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조현식=가장 기본은 실시간 학습데이터를 얼마나 잘 구현하고 데이터를 해석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느냐다. 단순하게 학생들이 맞고 틀리냐를 보여주는 대시보드가 아니라 수집된 정보를 잘 구현해서 학생의 성장을 어떻게 도울지로 연결되는 대시보드가 돼야 한다.

또한 사교육 플랫폼과 달리 교사가 수업을 어떻게 재구성해 생각했던 수업을 잘 구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습 플랫폼으로 개별 맞춤형 수업으로 갈 때 학습자와 교사, 교사와 플랫폼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가도 살펴보면 좋겠다.

▲민재식 교사노동조합연맹 교섭실장=학교의 상황이나 교사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우선적으로 검토할 사항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주배경 학생이 많은 학교의 교사는 '그 나라의 언어만 제공되면 그걸로 선정할 것'이란 얘기도 한다.

'기존 교사의 AI 디지털교과서 요구 조사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학생 맞춤형 활동지 제공이 가능한지, 맞춤형 과제 제공, 학부모 상담 시 활용 가능한지 등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따라서 기능적 측면에서 교사의 요구가 높은 항목이 구현되는지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도재우=대시보드에는 교사가 눈으로 관찰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특성과 과정들도 담기게 된다. 선생님들은 이미 수업과 학생지도의 전문가이기에 대시보드의 해석은 쉽게 하실 수 있다. 그렇기에 개발사별 대시보드를 보면서 '대시보드를 통해 내가 기존보다 학생에 대해 더 알게 된 게 뭐지', '이 정보로 어떤 피드백을 더 줄 수 있을까?', '수업 설계에 도움이 될까'를 고민해 보면 AI 디지털교과서의 유용성을 찾을 수 있다.

△정제영=기능 면에서 대시보드가 선정의 중요 포인트라는 말씀 잘 들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교사들이 수업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재구성 기능 또한 중요하다.

▲조재범=AI 디지털교과서는 협력 학습,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그게 사교육에서 사용하는 코스웨어와의 가장 큰 차이다. AI 디지털교과서의 콘텐츠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다. 하이터치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하이테크인 것이다.

학습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별 학습 경로를 제공하고, 성취도를 반영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기능만 제대로 구현되더라도 현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본다.

▲안지훈=교사가 수업을 재구성 할 수 있는게 AI 디지털교과서에서 제공돼야 하는 핵심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이 수업 중 즉각적으로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교사가 수업에 맞는 큐레이션을 할 수 있는 기능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따라 자료를 추가하거나 수정하는 기능, 교과 과정과 연계하는 기능도 핵심 기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호작용 높일 요소 필요…포용성·데이터 보호도 봐야

▲정제영=참여 중심 수업에 용이해야 한다는 현장의 의견도 많이 들려온다.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의 주도성을 높여주는 도구여야지, 타율적인 도구여서는 안된다는 관점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본다면 선정할 때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할까.

▲민재식=학생 간의 상호작용 또한 중요하다. 프랑스의 교육을 위한 디지털 계획 방안을 보면 5개의 디지털 역량 가운데 '의사소통과 협업' 역량이 있다. 챗봇이나 음성인식 질문하기처럼 교사와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과 함께 학생들이 모둠활동을 할 때 상호작용을 잘 하고 있는지, 잘 안이뤄지고 있다면 교사가 개입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게이미피케이션처럼 흥미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있었으면 좋겠다. MIT 소재 미디어랩에서는 AI핑퐁게임, 미래 모습 상상하기처럼 흥미를 높일 수 있는 것들을 제공한다.

▲조재범=학생들의 자기 목표 설정은 서책형에서도 할 수 있는 만큼 AI 디지털교과서에도 이를 설정하고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학생의 흥미를 높인다는 점에서 게이미피케이션 도입이 좋다. 메타버스 형식을 넣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영어나 수학의 일부 단원은 증강현실(AR) 기능을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학생 참여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조현식=자기 주도성 측면에서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 스스로가 설정한 한계 상황에서 10%, 20% 수준을 올린 도전 과제들이 제시되는 게 동기를 유발한다. 나이대에 따라서도 어릴수록 외적 흥미가 높을 때 학습이 강화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내적 흥미를 부여한다는 측면이 있다. 저학년은 점수 부여처럼 외적인 보상을 해주고 올라갈수록 성공 경험을 주는 등 발달 단계에 맞춘 설정이 필요하다.

▲정제영=학교마다, 학생마다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학교에서 어떤 교과서를 선정했고, 어느 출판사의 교과서는 점유율이 몇 퍼센트다보다는 학교에 맞는 AI 디지털교과서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접근성과 포용성, 개인정보보호 등도 선정 기준으로 중요하다고 보여진다.

▲안지훈=포용성 측면에서 모든 학생의 평등한 학습 참여를 위해 다양한 기능이 꼭 제공돼야 한다. 장애를 가진 학생, 느린 학습자 등 교육적인 어려움을 가진 학생들을 위한 접근성과 포용성이 필요하다.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음성 지원 기능과 저시력 학생을 위해 글자의 크기와 대비를 조절하는 기능, 청각장애 학생을 위해 실시간으로 자막을 제공하는 기능, 다국어 지원 등은 기본적으로 탑재돼야 하는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신체적인 제약성을 가진 학생들에게 보조공학기기를 통해 다양한 입력방식을 지원하는 것도 접근성과 관련해 확인해야 하는 포인트다. 느린학습자를 위해서는 내용을 단순화해 핵심 개념을 제공할 수 있는 채널도 필요하다.

▲도재우=AI 디지털교과서 선정을 위한 체크리스트가 나오면 개발사들도 이를 많이 봐야 한다. 특히 AI 디지털교과서에 사용된 알고리즘이나 데이터 보호 등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교과서 개발사들은 AI 디지털교과서를 설명할 때 어떤 교육적 의도와 설계가 내재돼 있는지를 포함해 설명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기능 설명을 넘어 어떤 교육 철학을 가지고 개발했으며,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데이터 보호는 어떻게 할 것인지, 선생님들은 AI 디지털교과서 선정에 필요한 정보를 요청할 권리가 있으시다.

▲민재식=선생님들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인식했으면 한다. 교사들의 인식 유형을 보면 '방향성 제시-부작용 우려-수용'으로 나뉜다. 반대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방향성 제시 쪽으로 인식을 개선해주시면 어떨까 한다. 보다 열린 마음으로 교과서 선정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하고 싶다.또한 선생님들이 '나도 해볼까'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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