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구글이 신청한 고정밀지도의 국외 반출을 허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계와 학계는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 산업 생태계 위축 등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에 개탄스럽다는 반응이다.
27일 관가와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구글 등이 요구하는 고정밀지도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 허가할 방침을 세웠다. 조건부 허가 전제는 군사기지, 안보시설 등 민감한 위치 정보를 모자이크 처리 등으로 지도에서 가리는 것이다. 지도 가공 작업은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국내 서버에서만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구글이 국외 반출을 신청한 축척 1대5000 지도는 50m 거리를 지도상 1㎝ 수준으로 표현한 고정밀 자료다. 구글은 길찾기, 내비게이션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선 정부가 구축한 축척 1대5000 지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2007년, 2016년, 2025년 세 차례에 걸쳐 축척 1대5000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을 신청했지만, 정부는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1·2차 신청을 불허했다.
그러나 3차 신청에 대해서는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가 조만간 회의를 열고 조건부 허가 결정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심의할 협의체 정부 위원들이 조건을 붙여 국외 반출을 허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업계는 파악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공간정보 분야 협·단체에선 이러한 우려를 강력히 표명하기 위한 성명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와 학계에선 안보 위협, 막대한 경제적 손실 등 우려가 현실화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전부터 전문가들은 국가 자산인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결정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대표적인 이유는 △고정밀지도가 한국 정부가 1966년부터 1조원 넘는 세금을 투입해 만든 국가 인프라라는 점 △남북이 여전히 대치 중인 상황 속 안보·데이터 주권 위협에 대한 철저한 대응책 마련 필요성이다.

경제·산업 분야에서 막대한 피해도 예상된다.
정진도 한국교원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고정밀지도를 해외로 반출 시 2035년까지 10년간 최대 197조원의 경제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데이터인 고정밀지도와 연관된 플랫폼·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에 큰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지난달 열린 고정밀지도 반출 관련 포럼에서 “해외 플랫폼의 시장 침투율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대안(국내 플랫폼)이 사라짐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이 비가역적으로 누적된다”면서 “국내 기업의 혁신 역량이나 생태계 진입 가능성도 계속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공간정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공간정보 업계 관계자는 “고정밀지도가 구글에 한번 반출되고 나면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면서 “구글의 기술력이면 축척 1대5000 지도를 역가공해 훨씬 정밀하게 만들 수 있고, 결국 규모가 작은 국내 공간정보 산업 생태계는 해외에 종속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