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규모 정보화사업의 지연과 정보시스템의 잇따른 장애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책임형 기술지원센터'를 설립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운영을 맡아 내년 1월에 정식 출범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책임형 기술지원센터는 대규모 정보화 사업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사업 전체를 검토하고 리스크를 발굴,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발주처에 검토 결과를 알려 개선점을 제안하고, 발주 이후에는 소프트웨어 사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기술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NIA는 전담 준비반을 꾸려 센터 설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해 국회 심의를 받고 있다.
센터는 민간 전문가도 채용해 외부 전문성도 강화할 방침이다. NIA는 과거 대규모 정보시스템 사업에서 발생한 문제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도 준비하고 있다.
책임형 기술지원센터는 발주처 내부에서만 폐쇄적으로 추진해온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전문성을 갖춘 외부 시각으로 사업 전반을 자문한다. 이를 통해 잠재적인 문제를 사전에 식별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리스크를 관리한다.
장애 문제를 줄여 각종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또 전반적인 시스템 품질과 안정성을 높이며, 동시에 현실적인 사업 기간과 예산 산정을 도와 공공 IT 사업의 신뢰성을 높인다. 이는 시스템통합(SI) 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고, 더 나은 개발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기존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다. 과거 사례를 분석해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하고, 필요한 예방 조치를 사업 단계별로 적용할 방침이다.
책임형 기술지원센터는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과기정통부 등 주요 부처가 협력할 수 있는 창구 역할도 한다. 사업 특성에 따라 부처 간 협업이 필요하면 지원 방안을 조율하고, 불필요한 지침은 간소화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현재 공공 정보화 사업은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장애와 갈등을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약 2824억원을 투입한 4세대 교육행정 정보시스템 '나이스(NEIS)'가 지난해 개통 이후 장애가 생겨 전국 학교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올해는 온라인 민원 시스템인 '정부24'에서 다른 사람의 민원 서류가 잘못 발급되는 일도 있었다. 1700억원 규모의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도 잦은 오류가 생기고 있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발주처와 사업자가 소송까지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예산 확정을 받지 못해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기도 하고, 사업 착수 이후에 문제가 생겨 사업 기간이 늘어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원인 중 하나는 사업이 폐쇄적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NIA 관계자는 “현재는 자문 기관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지만, 체계가 갖춰지면 법적·행정적 권한 마련도 검토 중”이라며 “장기적으로 공공 IT 사업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